아침을 여는 음악

[아침을 여는 음악]3월 31일 (월) - 목련(木蓮), 딱정벌레야! 오라!

배서Q 2025. 3. 31. 00:10

▲목련(木蓮), 딱정벌레야! 오라! 
◾지구 최초의 꽃식물 

        ◀목련(木蓮), 여러 모습 

        ◀목련꽃 필 때면 
          ◼최성수 
        ◀하얀 목련 
          ◼이소정 
        ◀목련화 
          ◼엄정행 

        ◀숨겨진 내 모습 
          ✱뮬란 ost 번안곡 
          ◼이수연 

        ◀목련 
          ◼송창식 

 

 

 


 

◉꽃샘추위가 
3월이 다 가는 
마지막 주말을 
흔들어 놓고 갑니다.
오늘 아침까지 영하에 
머물러 있습니다.
봄눈이 난분분하게 
흩날리기도 하고 
봄비가 잠시 잠시 
다녀가기도 했습니다. 
원래 봄꽃들은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 속에서 
피기 마련입니다.
잠시 머문 봄눈과 
함께하는 봄꽃들이 
이채롭고 아름답습니다. 

◉꽃샘추위 속에서도 
이른 봄꽃들은 주저하거나 
미루지 않고 꽃잎을 엽니다. 
산수유, 개나리에 이어 
목련도 잠시 화려한 봄을 
열었습니다.
머무는 시간이 짧아 
잠시라는 말이 붙었습니다.
벌써 지는 목련도 있습니다.
겨울 동안 털로 무장하고 
세 번 이상 털을 갈면서
교대로 꽃잎을 지켜온 
목련 꽃눈입니다.
힘들게 꽃을 피웠지만 
머무는 시간은 
고작 일주일 남짓,
그 짧은 시간 안에 
딱정벌레를 불러 
할 일을 끝내야 합니다.
그렇게 9천5백만 번 이상의 
봄을 보낸 목련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꽃식물입니다. 

 


◉목련꽃이 피면서 
번져 나오는 매혹적인 향기는 
멀리 갑니다. 
자스민 성분을 지닌 
이 향기에 과학자들은 
헤디오네(Hedione) 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쾌락과 즐거움의 화신인
그리스 신화 속 여신의
이름입니다. 
‘사랑의 묘약’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만한 
향기입니다. 

 

 


◉그 향기에도 불구하고 
목련꽃에는 벌과 나비가 
날아들지 않습니다. 
목련꽃에는 그들을 유혹할 
꿀샘이 없기 때문입니다. 
목련이 등장한 백악기에는 
벌과 나비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백악기 후반에 
등장합니다.
대신 이 향기는 
딱정벌레를 부릅니다.
‘딱정벌레야, 어서 오너라!’
피어있는 일주일 전후의
짧은 기간 동안 목련은 
딱정벌레와 가루받이를 끝내고 
씨앗을 만들어야 합니다.

◉9,500만 년 전 
공룡이 살았던 백악기 시대에
등장했던 최초의 꽃식물입니다. 
녹색 천지였던 당시에 
이전에 없던 주로 흰색의
새로운 꽃잎이 등장합니다. 
암술과 수술을 감싸고 
향기를 품으며 
꽃의 등장을 이끈 
목련이었습니다.
목련꽃은 꽃가루를 품고 있는 
수술을 먼저 성숙시키는 등 
딱정벌레와의 관계에 맞춰 
꽃의 모양을 세팅했습니다. 
꽃잎이 강한 것도 
강한 이빨로 꽃가루를 찾는 
딱정벌레의 특성에 
맞췄습니다.
향기로 딱정벌레를 부르는 
방식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합니다.

 


◉연꽃을 닮은 꽃이 
나무에서 피어난다고 
얻은 이름이 목련(木蓮)입니다. 
목련 속(屬)에 속하는 종은 
지금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원래 목련은 우리나라 제주와 
일본에서 자생하는 
‘Magnolia Kobus’를 일컫는 
이름이었으나 이제는 다양해진 
목련 속의 꽃들을 통칭해서 
목련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Kobus는 주먹을 나타내는 
일본어로 꽃이 주먹을 
쥐었다 펴는 모양으로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목련은 
중국에서 귀화한 백목련, 
Magnolia denudate입니다. 
중국 발음 뮬란(Mulan)은
영화 때문에 익숙한 단어가 
됐습니다.

 

◉원래의 목련은 6-9개 
꽃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 귀화 백목련은 
6개의 꽃잎과 꽃잎처럼 보이는 
3개의 꽃받침을 가졌습니다.
자색으로만 피는 자목련과 
겉은 자색, 안은 흰색의 
자색 목련도 백목련보다 
조금 늦게 핍니다. 
미국 남동부가 원산지인 
태사목은 흰색 꽃잎이 
크고 넓게 펼쳐집니다. 
미국 미시시피주의 
주목(州木)이기도 합니다. 
그와 비슷한 함박꽃은 
한국에서는 산목련으로 
불리는 야생종입니다. 
김일성이 북한의 국화로
지정하라고 지시한 
꽃이기도 합니다. 
여러형태의 색깔과 모양을 
지닌 목련을 먼저 영상으로 
만나 봅니다. 
https://youtu.be/O0ZN4E3rzvs?si=qTdIZSRmekO2q4Hp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926개 분류군의 목련이
자라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인 28일부터 
이곳에서 목련 축제가 
열렸습니다. 
‘소복소복 목련 산책’,
이 축제가 손님을 부르는 
소리입니다. 
다음 달 20일까지 
이어지는 것은 
꽃의 종류마다 
피고 지는 시기가 달라서 
다양한 목련꽃을 
오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형형색색의 목련을 만나러 
다녀와도 좋을 듯합니다. 

◉이른 봄에 꽃피우는 
선화후엽(先花後葉)의 
꽃나무처럼 목련도 
잎이 나기 전에 꽃을 
먼저 피웁니다. 
꽃이 지면 잎이 나고
무성해진 잎은 광합성으로 
생긴 영양분을 겨울눈속에 
저장합니다.
그러니까 여름부터 다음해 
꽃피울 준비를 합니다.
노래 속에 등장하는 목련은 
최성수가 먼저 꽃잎을 엽니다. 

 


◉싱어송라이터 최성수는 
1987년 버클리음대로 
공부하기 위해 떠나기 전에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목련꽃 필 때면’을 발표합니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초봄에 피어난 
목련꽃 속에 담았습니다.
40대 후반인 2008년에는 
음악 공부를 위해 
UCLA를 다녀올 정도로
음악에 대한 진심이 
대단한 최성수입니다. 
편한 마음으로 잔잔하게 
들을 수 있는 그의 노래를 
10년 전 봄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만나 봅니다. 
https://youtu.be/Bl5gXbqHYdQ

 

◉그리움을 담아 부르는 
이름으로 북향화(北向花)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는 
목련입니다.
꽃봉오리가 북쪽을 향한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햇볕과 관련된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임금이 북쪽에 
산다고 해서 충절의 의미로 
붙여진 이름입니다.
꽃눈의 모양에서 나온 
목필(木筆)이라는 이름도 있고
한약재에서 쓰이는 꽃봉오리가 
매우 맛이 나서 붙여진 
신이(辛夷)라는 이름도 있습니다.
옥수(玉樹)라는 이름은 
옥처럼 깨끗한 나무라고 해서
붙여졌습니다.

◉서른 살은 눈앞에 두고 
난소암 판정을 받아 
3개월 시한부 인생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을 맞았던 
양희은입니다. 
그녀가 1981년 생사의 
갈림길에서 만든 노래가  
‘하얀 목련’입니다. 
대수술을 앞두고 창밖에 핀 
목련이 너무 눈부시고 
아름다워서 노랫말을 
만들었습니다. 
‘하얀 목련’의 은총 때문이지
기적적으로 살아난 양희은은 
2년 뒤 노랫말을 
작곡가 김희갑에게 넘겨
‘하얀 목련’을 탄생시켰습니다.
일흔세 살인 올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하얀 목련’을 부르고 있을 
양희은입니다. 

◉싱어송라이터 이소정은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의 
메인보컬로 활동할 당시 
대형 교통사고를 만납니다. 
21번째 생일에 만난 
이 사고로 동료 두 명이 숨지고 
자신은 중태에 빠지게 됩니다. 
정신적 방황 등 
어려운 상황을 
노래로 극복해 온 그녀가 
양희은의 ‘하얀 목련’을
원곡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부릅니다. 
무명 가수로 돌아가 
‘싱 어게인’을 통해 
다시 태어난 그녀입니다. 
‘유명 가수 전’에서 
먼저 떠나간 동료들을 
생각하며 부르는 듯한 
‘하얀 목련’입니다.

https://youtu.be/00tjdYJfutY?si=H9pbsY7j5mFP4Df5

 

◉경희대 회기동 캠퍼스는 
지금쯤 활짝 핀 목련이 
교정을 채우고 있을 겁니다.
목련은 이 대학의 꽃입니다.
1974년 개교 25주년을 맞아
이 대학 조영식 총장이 만든 
노랫말에 음대 김동진 학장이
곡을 붙여 탄생한 가곡이 
한국의 대표적인 가곡 가운데
하나인 ‘목련화’입니다. 
이 학교 출신이자 교수였던 
테너 엄정행이 60번이나 
고쳐 불렀다는 가곡입니다. 
여든두 살인 엄정행은 
교수 은퇴 후 2년 전까지 
울산예고 교장으로 일했습니다. 
여러 성악가가 불렀지만
원곡자 같은 엄정행이 그려내는 
‘목련화’가 역시 일품입니다. 
https://youtu.be/VqIcHD8eqB8?si=nOfAEWnxM94WvVA_

 

◉목련의 중국어 발음인
‘뮬란’은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영화로, 
실사영화로 만들어서 
널리 알려진 이름입니다.
남북조시대 서사시 
목란사(木蘭詞)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 
화목란(花木蘭)에서 나왔습니다. 
작가는 분명치 않습니다.
다만 이야기의 여주인공이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하고 
전쟁터에 나가 12년 동안 
엄청난 공을 세우고 
돌아온다는 내용입니다.
목련꽃으로 상징되는 
뮬란은 ‘역경을 이겨낸 
가장 아름다운 꽃’이란 
이미지로 포장돼 
여러 이야기를 남겼고 
거기에 디즈니가 구미가 
당겼던 모양입니다. 
 
◉이 영화 ost로 유명해진 
노래가 ‘Reflection’입니다. 
목련꽃이 물 위에 떨어지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뮤직비디오의 노래는 
뮤지컬 가수 레아 살롱가와 
미국의 차세대 디바로 꼽히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나가 
불렀습니다. 
여기서는 악뮤의 이수현의 
노래롤 들어봅니다. 
번안된 가사가 노래의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줍니다. 
‘숨겨진 내 모습’이란 제목으로
부르는 이수현의 
‘Reflection’ 번안곡입니다.
https://youtu.be/UmI94FXx__M?si=YMgGCtzlKmijqtff

 

◉아름답게 지는 꽃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중에서도 목련이 지는 
모습은 볼품없고 누추합니다. 
소설가 김훈은 세상에 꽃중에서 
목련이 지는 모습이 
가장 남루하고 
참혹하다고 말합니다. 
한꺼번에 떨어지지도 않으면서 
죽음이 느리고 
무섭다고 했습니다.
작가 복효근의 시선은 다릅니다.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데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느냐고 
반문합니다.
‘그대 향기 내뿜던
분수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지는 목련꽃의 이야기를 담은 
송창식의 노래는 
복효근의 말과도 통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숨겨진 보석 같은 
귀한 노래입니다. 
그래서 목련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봄마다 
초대하게 되는 명곡입니다. 

◉작곡은 송창식이 했습니다. 
노랫말을 지은 김현수가 
목련꽃 지는 모습을 
구경시켜주려고 봉은사로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거기 연못가에 서 있는 
목련 나뭇가지에서 
꽃잎이 떨어집니다.
물속 나뭇가지는 꽃잎을 받아 
미세한 떨림으로 
꽃을 피워 냅니다. 
그동안 깨진 사랑도 
이별을 잠시 멈추고 
평화로운 상태가 유지됩니다. 
물론 그 상태가 오래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봉은사 연못가 
목련꽃은 사랑이 끝나갈 때 
아주 미세한 떨림으로 
연장전을 꿈꾸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낙화를 통해 
일러주고 있습니다.
1980년대 초 송창식의 
‘목련’입니다. 
https://youtu.be/wRu478flfrs

 

◉꽃잎이 지고 나면
목련은 떠나간 꽃잎을 생각할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꽃이 지면 바로 그 자리에 
연두색 잎들이 
고개를 내밉니다.
이때부터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축적하면서 ’
새로운 꽃을 피우기 위한
준비에 들어갑니다.
한 달 안에 꽃눈과 잎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목련의 가지치기는 
5월 전에 해줘야 합니다. 

◉그 과정에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만드는 
자연의 법칙과 생명의 법칙이 
들어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열심히
살아온 꽃나무입니다.
수많은 세월을 살아온 대로 
올해도 꽃을 피우고 
꽃이 지면 다시 곧바로 
꽃 피울 준비에 나설 
목련입니다.
옆에서 일희일비하며 
수없이 피었다가 져버린 
인간을 오랜 세월 동안 
지켜본 목련이 
올봄에 어떤 이야기는 
건네주고 싶을지 
궁금합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