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10월 4일(금) - 코스모스와 함께
*아침을 여는 음악 10월 4일(금)*
▲코스모스와 함께
◾가을을 담다, 우주를 담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김상희
◼김주수✕유태평양
◀내 이름은 가을 코스모스
◼양현경
◀코스모스를 노래함
◼김순영
◀코스모스(秋櫻)
◼야마구치 모모에
◉ 들판 곳곳에 코스모스가 활짝 폈습니다.
물기를 머금어 청초해진 모습이 가을을 분위기를 더 짙게 만들어줍니다.
꽃잎은 흰색, 분홍색, 빨간색 등 여러 색깔을 지녔습니다.
8장의 꽃잎이 대칭을 이루며 질서 정연하게 자리 잡고 있고, 가운데 노란 통꽃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 코스모스는 한국인이 두 번째로 좋아하는 가을꽃입니다.
첫 번째가 국화인데 코스모스가 국화과이니 넓게 보면 같은 집안이기도 합니다.
가을 하면 생각나는 첫 번째 노래가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입니다.
여론 조사 결과입니다.
◉ 꽃 이름은 그리스어 코스모스 (κόσμος:cosmos)에서 왔습니다.
질서 있고 조화로운 상황을 일컫는 말입니다.
관념적으로 우주와 연결돼 우주(Universe)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혼돈을 의미하는 카오스(χάος:chaos)와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 18세기 스페인 신대륙탐험대는 멕시코에서 야생화로 자라는
코스모스의 씨앗을 거두어 당시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 식물원장에게 전달했습니다.
신부이자 분류학 식물학자인 원장 안토니오 호세 카바니예스(Antonio Jose Cavaniies)는
씨앗을 심어 개화에 성공한 뒤 꽃에 코스모스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질서 정연한 꽃의 모양에서 우주를 보았던 모양입니다.
우주를 품고 질서를 지닌 꽃 코스모스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이 꽃은 1890년대 일본으로 들어왔다가 한반도로 건너왔습니다.
◉ 코스모스의 원래 고향 멕시코는 겨울과 혹한이 없는 곳입니다.
한해살이 꽃인 코스모스의 씨앗이 추운 겨울을 견뎌내지 못할 것 같은데
신통하게도 언 땅에서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그 자리에서 싹을 틔웁니다.
꽃은 여름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코스모스를 여름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사람은 코스모스와 고추잠자리를 가을의 전령으로 알고 있습니다.
◉ 특히 코스모스는 가을바람에 하늘거려야 제멋이 납니다.
바람에 살랑살랑 춤추는 모습을 보고 코스모스에 ‘살살이 꽃’이라는 이름도 붙었습니다.
정감 드는 이름이지만 코스모스란 이름에 익숙해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일본에서도 비슷해 뒤에서 소개하겠지만 코스모스에 가을벚꽃(秋櫻)이란 이름을
붙여 써놓고 ‘아키자쿠라’로 읽지 않고 ‘코스모스’로 읽기도 합니다.
◉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온 코스모스는 정원에 머물지 않고
야외 곳곳에 자리를 잡고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자리를 가리지 않고 누가 돌봐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자라고 알아서 꽃을 피웁니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서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주는 고마운 꽃이 됐습니다.
고향 하면 떠오르는 꽃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나훈아의 ‘고향 역’은 코스모스로 시작합니다.
곧 부러질 듯이 연약해 보이지만 강인합니다.
보기와는 다르게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정원을 벗어나
곳곳에 자리 잡은 외래 귀화식물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습니다.
◉ 가을 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노래 1위가 바로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입니다.
여든을 넘긴 김상희가 1967년 스물네 살 때 불렀던 노래입니다.
당시 KBS 관현악단 단장인 김광섭의 작곡집을 내면서 불렀던 노래로
노랫말은 하중희가 붙였습니다.
고려대 법대를 다니던 1학년 때부터 가수 활동을 시작했던 김상희는
이 노래로 이듬해 10대 가수에 선정되면서 인기가수로의 기반을 다지게 됩니다.
◉ 김상희는 아직도 트레이드마크인 단발머리를 한 모습으로 무대에 섭니다.
나이의 맛이 곁들여진 그녀의 노래를 들어봅니다.
https://youtu.be/YzIDYvWkseU?si=vvyAqKlCNnfoPIOM
◉이 노래가 담긴 56년 전의 희귀 음반은 지금 백만 원 이상
고가로 거래될 정도로 가치 안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30대 후반에 코스모스 길을 거닐며 부르는 40여 년 전의 김상희의 노래도 만나봅니다.
◉이 노래를 커버한 가수들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불후의 명곡‘에 올려 우승한 국악인들의 버전을 만나봅니다.
4년 전 국립창극단 단원인 국악인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이 노래와 심청가의 ’상여소리‘를 콜라보한 무대를 꾸몄습니다.
국악의 구성지면서도 애절한 감성과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의
경쾌한 멜로디가 멋진 편곡으로 묘한 조화를 이루며 감동을 안겨줬습니다.
◉서정적인 포크송으로 만나보는 코스모스 노래입니다.
80년대 초 그룹 ‘배따라기’에 객원보컬로 노래했던 양현경도 이제 60대 중반이 됐습니다.
지금도 기타를 놓지 않고 카페에서 기타 치며 노래하는 포크 싱어입니다.
양현경이 2005년 발표한 ‘내 이름은 가을 코스모스’입니다.
가을 정서가 흠뻑 묻어 나오는 포크송입니다.
https://youtu.be/zYn-rjWoYcU?si=uzS8z_3WETD5lPI9
◉ 이흥렬 작곡의 가곡 ‘코스모스를 노래함’은
1930년대 초 고향인 원산 광명보통학교 교편을 잡고 있을 때 만든 노래입니다.
그때 이미 일본에서 건너온 코스모스가 전국에 널리 심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친구인 이기순의 시를 가곡으로 만들었지만 정작 이기순은 일찍 세상을 떠나
노래가 된 자신의 시를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 달밤에 피어 있는 가냘픈 코스모스의 모습을 밝고 리듬감 있게 표현했습니다.
가곡이지만 노래의 구성 형식이 가요와 비슷해 공연에 자주 등장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조수미 강혜정 등 많은 소프라노가 불렀던 노래를
여기서는 소프라노 김순영의 무대로 만나봅니다.
https://youtu.be/ibU7TQisXbM?si=Cu-ZUPz0qC5Ae4K7
◉ 이제 ‘아침을 여는 음악’에서 처음으로 일본 가수의 노래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물론 ‘코스모스’라는 노래입니다.
야마구치 모모에(山口百惠)는 일본의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예순 살이 넘은 그녀는 1980년 11월 결혼 후 스물한 살에 은퇴한
일본 불멸의 스타입니다.
◉ 오래전에 은퇴했지만 그녀는 일본뿐 아니라 중화권에서도 대단한 인물입니다.
2015년 중국에서 일본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누군지를 묻는 설문조사가 있었습니다.
1위는 아베 신조 당시 총리,
2위가 바로 야마구치 모모에였습니다.
한 나라를 떠올리게 하는 가수이자 배우라면 그녀는
대단한 존재임이 분명합니다.
◉ 13살에 데뷔해 21살에 은퇴할 때까지 활동한 기간이 7년 반이지만
떠난 이후에도 지금까지 일본인들이 잊지 않고 있는 스타입니다.
최고 인기 절정기인 스물한 살에 배우 미우라 토모카즈와 결혼한다고
발표했을 때 전 일본이 들끓었습니다.
더욱이 결혼과 함께 은퇴를 발표했을 때 일본 전체가 놀라움에 빠졌습니다.
은퇴 이유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기 위해’ 였습니다.
실제로 40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 그 평범한 가정주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야마구치 모모에입니다.
◉ ‘코스모스’란 노래는 그녀가 열여덟 살인 1977년에 불렀습니다.
결혼을 앞둔 딸과 어머니의 추억을 담은 노래입니다.
모모에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노래 제목을 ‘추앵’(秋櫻)이라고 달고
‘코스모스’로 읽게 했습니다.
‘아키자쿠라’라는 일본 말을 붙이지 않고 그 글자를 ‘코스모스’로 읽을 것을 고집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없던 독음방식이 널리 퍼지게 됐습니다.
◉ 2020년 일본 성악가가 뽑은 가장 노래 잘하는 여성 가수 1위는
야마구치 모모에였습니다.
‘10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낮은 톤’과 ‘빨려 들어갈 듯한 한숨 섞인
위스퍼 보이스’ ‘뛰어난 성량과 표현력’가 그녀를 꼽은 이유였습니다.
2018년 오리콘 조사에서는 모든 세대에서 1위를 차지한 전설의 아이돌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노래 ‘코스모스’를 들어보며 그 평가를 가늠해 봅니다.
https://youtu.be/GORBafmIUXk?si=qjwZYH9W6iz-sQxC
◉ 모모에는 1980년 10월 은퇴콘서트에서 ‘코스모스’를 부르면서
어머니에게 잘할 것을 팬들에게 당부합니다.
열여덟 살 때 노래를 부를 때는 몰랐지만 결혼을 앞두고
그 의미를 알게 됐다는 얘기도 측근에게 전했습니다.
은퇴 공연을 마친 그녀는 마이크를 조용히 내려놓고 무대를 떠납니다.
그 장면은 그녀를 좋아하는 장국영이 은퇴 때 그대로 오마주 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마지막 방송프로그램에서 고별 쇼를 가진 뒤
코스모스 그림 속으로 사라지면서 연예계와 완전한 작별을 고했습니다.
◉ 은퇴 기자회견에서 그녀는 ‘제멋대로인 저를 용서해 주세요.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스타 자리에서 떠나갔습니다.
그 약속대로 지금까지 한 번도 연예계에 복귀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며 그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들 부부는 이상적인 유명 부부 랭킹에서 15년 동안 1위를 차지해
명예의 전당에 들었습니다.
2011년에는 어머니가 돼줬으면 하는 유명인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어릴 때 불우한 가정에서 어렵게 자란 모모에는 데뷔 때
공부 책상을 갖기 위해 가수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인기 절정기에 결혼해 지금까지 아내로, 어머니로,
어릴 때 가지지 못했던 단란한 가족, 행복한 가정을
품에 안고 가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았을 그녀의 선택과 실천 속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가치를 되짚어 보게 됩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