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아침을 여는 음악]11월 6일(수) - 낙엽이 가는 길 ③

배서Q 2024. 11. 6. 00:10

✱아침을 여는 음악 11월 6일(수)✱

 

▲낙엽이 가는 길 ③

◾고엽(枯葉)과 낙엽(落葉)

⇨ Les Feuilles Mortes

    & Autumn Leaves

 

 

        ◀고엽(Les Feuilles Mortes)

           ◼이브 몽땅 (Yves Montant)

           ◼정미조

        ◀낙엽

           ◼배호

           ✱고엽 번안곡(번안: 전우)

        ◀Autumn Leaves

           ◼에바 캐시디(Eva Cassdy)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로저 윌리엄스(Roger Williams)


 

◉ 첫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지난 지 2주일이나 됐습니다.

겨울이 온다는 다음 절기 입동(立冬)을

하루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서리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따스한 늦가을 날씨가 이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어제부터 아침 기온이 10도 이상 떨어진

쌀쌀한 날씨가 됐습니다.

입동 치레를 하려나 봅니다.

 

◉ 그래도 강원 산간지방을 제외하고는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곳은

별로 없습니다.

낮에는 영상 15도 전후의 전형적인

늦가을 날씨입니다.

다만 다소 추워지는 날씨는 겨울이 가까이

와 있으니 이제 겨울 준비를 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 조금씩 재배했던 농사도 거의

마무리했습니다.

들깨와 참깨, 서리태는 모두

거둬들였습니다.

비교적 많이 심었던 들깨는

터는 일과 까부는 일이 다소 번거롭기는 해도

서너 말 이상의 수확을 올려 뿌듯합니다.

김장용 무와 배추, 생강, 쪽파는 이제

거두기만 하면 됩니다.

겨울에 자랄 양파밭까지 멀칭해 모두

만들어뒀으니 사실상 겨울 준비는

끝난 셈입니다.

 

◉ 그런데도 아직 거둬들일 것이 남았습니다.

애호박과 표고버섯입니다.

비닐하우스 애호박은 예년이면 상강이

지나면서 농사를 접어야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날씨 때문에 지금까지

꽃이 피고 호박이 달리고 있습니다.

해뜨기 전 아침에 하는 재미있는 일과 중

하나가 호박꽃을 세며 암꽃에 인공 수정하는

일입니다.

벌이 없는 비닐하우스라 인공수정으로

호박이 달리게 합니다.

180평 비닐하우스에 평소 150개 전후 피던

호박꽃이 이틀 전에는 3백 개 이상

피었습니다.

낙엽 지기 전 찬란한 단풍을 보는 듯합니다.

 

◉ 포근한 가을 날씨는 지금쯤 통상 나오기를

멈추는 표고버섯까지 계속 달리게 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불꽃같은 단풍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제 곧 낙엽처럼 져야 할 친구들이지만

노년의 가을날을 바쁘게 만들어준

고마운 친구들이기도 합니다.

 

◉ 세상사는 사람들이 거의 모두 아는

낙엽의 노래로 낙엽이 가는 마지막 길을

따라가 봅니다.

프랑스에서 나온 ‘고엽’(枯葉),

‘Les Feuilles Mortes’가 미국으로 건너가

재즈 팝송 ‘Autumn Leaves’가 되고

모든 사람에게 익숙한 가을 노래가 됐습니다.

가사는 몰라도 멜로디는 누구에게나

익숙합니다.

원조 이브 몽땅( Yves Montant)에서

출발합니다.

 

◉ 프랑스에서 처음 등장한 노래 제목을

우리말로 옮기면 ‘말라죽은 잎’

즉 고엽입니다.

‘말라죽다’는 의미의 ‘고’(枯)자를

사용했습니다.

영어로는 ‘The Dead Leaves’입니다.

그런데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넓은 의미의

‘가을 나뭇잎’ ‘Autumn Leaves’가 됐습니다.

 

◉ 이 노래는 파리에 살던 헝가리 출신 작곡가

조셉 코스마(Joseph Kosma)가 영화 ‘밤의 문’에

넣기 위해 작곡했습니다.

그는 시인 프레베르(Prevert)에게

노랫말을 부탁합니다.

이후 두 사람은 80여 곡의 노래를 함께

만들어내는 명콤비가 됩니다.

노래는 영화에 출연한 이브 몽땅에게

넘어갔습니다.

 

◉ 데뷔작인 이 영화와 주제가로

이브 몽땅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세계적 스타로서의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어릴 때 이탈리아에서 탈출한 이브 몽땅은

무학(無學)의 부두 노동자였습니다.

에디트 피아프와 연이 닿아 배우와

가수의 길이 열리게 됩니다.

동시에 그녀의 연인이 되지만

이름을 얻자 곧바로 떠나갑니다.

 

◉ 평생 여자 문제로 구설수가 많았던

이브 몽땅입니다.

그래도 프랑스 국적으로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탄 시몬느 시뇨레

(Simono Signoret)와 결혼해 그녀의 임종을

지켜주고 나중에 자신도 동갑내기인

그녀 곁에 묻혔습니다.

죽은 잎, 고엽을 불러와 덧없는 인생과

사랑을 노래합니다.

하지만 타고 남은 재가 거름이 되듯이 마냥

덧없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가 깔려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낙엽귀근(落葉歸根)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991년 일흔 살로 고엽이 되기 전 60대 중반의

이브 몽땅입니다.

 

https://youtu.be/3k9Zv06Ub3I?si=-XAHqiqq2FovZb4I

 

 

 

 

◉ 이 노래를 커버한 가수와 성악가는

무수하게 많습니다.

에디트 피아프도 레오 마르잔도 불렀습니다.

전설적인 샹송 가수 줄리에트 그레코도

대중 앞에서 부르는 첫 노래로

이 곡을 골랐습니다.

독일의 유명한 뮤지컬 배우 우테 렘퍼가

커버한 노래도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재즈 버전으로 거듭난 이 노래는

재즈 가수의 필수 레퍼토리가 됐습니다.

 

◉ 프랑스에 유학해 서양화 박사학위를

받아온 가수 정미조가 원어로 부르는

이 노래 역시 매혹적입니다.

4년 전 일흔을 갓 넘긴

정미조가 부르는 ‘고엽’입니다.

마치 떨어지는 낙엽이 바람이 흔들리듯이

부드럽게 몸을 흔들며 부르는 그녀의

노래에서 연륜이 묻어나고 여유가 넘칩니다.

연주와 보컬의 조화가 돋보이는 무대를

만나봅니다.

 

https://youtu.be/CQoT2VaozD8?si=mmE38EhlbPVEpmJH

 

 

◉ 내일은 가수 배호가 ‘마지막 잎새’를 부르고

낙엽처럼 떠난 지 53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그는 세상과 이별하기 3년 전 스물여섯 살 때

‘고엽’의 번안곡을 ‘낙엽’이라는 제목으로

불렀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일찍 떠나간 그를 추모합니다.

번안 가사는 유명 작사가 전우가 다듬었습니다.

 

https://youtu.be/UrvDvlCXh64?si=jgAySmhEN5qsIKgg

 

 

◉ 유럽에서 유명해진 이 노래는 미국으로 건너가

원곡과 달라진 내용의 노랫말로 재포장됐습니다.

1950년대 들어 미국의 작사가 ‘자니 머서

(Johnny Mercer)'가 좀 더 부드러워진

’Autumn Leaves’란 제목을 달고

노랫말을 새로 썼습니다.

이후 같은 제목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냇 킹콜이

주제가를 부른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재즈 가수가 커버하면서 재즈 명곡으로

거듭났습니다.

 

◉ 수많은 버전 가운데

에바 캐시디(Eva Cassidy)의 노래를

올가을에도 그냥 지나가기가 어렵습니다.

서른세 살의 젊은 나이에 낙엽처럼 떠나간

그녀는 병으로 일찍 떠났지만 그녀의

독창적인 노래는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습니다.

워싱턴 교외에서 그림을 그리며 외롭게

살다 무명 가수로 떠났습니다.

그녀를 찾아내 세상에 알리는 데는

영국 BBC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함께 합니다.

듣고 있으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에바의 ‘Autumn Leaves’입니다.

 

https://youtu.be/XTkUplF5VIE?si=gGQfXZzr67c6-yJF

 

 

◉ 이 음악을 미국에,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는 피아니스트 로저 윌리엄스

(Roger Williams)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을 연상시키는

아르페지오 방식의 피아노 연주로 사람들을

이 음악 속으로 유혹했습니다.

노래가 아닌 연주곡으로 빌보드 hot 100

싱글 차트에 3주나 머무는 진기한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2백만 장의 앨범이 순식간에 팔렸습니다.

2011년 여든일곱 살로 낙엽 따라 떠나기

전까지 멈추지 않았던 그의 연주를 마무리로

만나봅니다.

 

https://youtu.be/WMTxxbosFWA?si=oFn6G4kR1PgDjJxC

 

 

◉ 단풍이 다 질 때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그래도 산길이나 숲길에는 낙엽이 잔뜩

쌓였습니다.

숲길에 들어서 위로 눈 한번 맞추고

아래로 귀 한번 기울이면 가는

가을의 이야기가 들립니다.

시간 날 때 낙엽 쌓인 숲길로 나가 볼 만한

만추입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