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12월 2일(월) - 12월의 아다지오(Adagio)
✱아침을 여는 음악 12월 2일(월)✱
▲12월의 아다지오(Adagio)
◾천천히 그리고 따스하게
◀아다지오(Adagio)
◼라라 파비안(Lara Fabian)
◀현을 위한 아다지오 G 마이너
(Adagio for strings G minor)
◼하우저(Hauser)
(사라예보 첼리스트: Vedran Smilovic)
◀아다지오(Adagio)
◼라라 파비안✕하우저
✱2024 5월, 런던 로열 알버트홀
◼소프라노 투레쯔까보
(Sopprano Турецкого)
✱모스크바 Crocus City Hall(2018)
◼포르테 디 콰트로
✱팬텀싱어 올스타전
◉ 12월이 시작됐습니다.
지금부터 겨울이라고들 얘기합니다.
바로 겨울의 첫 달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달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달이 됩니다.
12월 첫 월요일인 오늘은 영상의
포근한 날씨로 시작합니다.
눈 대신 가끔 초겨울비가 오락가락할
모양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을,
이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여유롭게 생각해 보기에
적당한 날씨입니다.
내일부터는 영하의 겨울날이
며칠 이어진다고 합니다.
◉ 올해 가을은 유난히 포근했습니다.
다가오던 겨울도 올까 말까 망설이며
천천히 오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느닷없는 폭설이
빠르게 다가온 겨울을 실감 나게 했습니다.
덩달아 사람의 마음도 바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속도를 줄여가며 천천히
가야 하는 아다지오의 12월입니다.
◉ 겨울은 지나온 계절의 흔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나무를 보면 그렇습니다.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듯한
나무지만 지나온 봄과 여름과 가을의
흔적을 모두 안고 있습니다.
봄과 여름에 잎이 나고 꽃이 핀 기억은
잎눈과 꽃눈 속에 담아 놓았습니다.
마른 열매 속에 가을의 기억도
새겨 놓았습니다.
죽은 듯 살아있는 낙엽 지는 나무에게
겨울은 천천히 쉬어가는 휴식의 시간입니다.
그러면서 다음 봄을 준비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12월은 올해 지나간 시간.
봄, 여름, 가을을 천천히 되돌아보면서
한 해를 보내는 감사의 마음을
차곡차곡 쌓아보는 때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면서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하면 더욱 좋습니다.
그러면서 새해를,
새봄을 준비하는 것이
12월의 미덕일 수 있습니다.
◉ ‘느림의 미학’이란 말을
12월에 되짚어 보게 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아다지오(Adagio)란 이름으로
느리게 잔잔하게 펼쳐지는
많은 클래식 음악이
특히 겨울에 사랑받는 것도
역시 비슷한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그 가운데 대중음악 속으로 들어와
사람들에게 친근해진 아다지오(Adagio)
한 곡이 오늘 만나볼 음악입니다.
이 음악을 들으면서 이 계절을 천천히
그러면서 따스하게 보낼 준비를 해봅니다.
◉ 음악 용어 아다지오(Adagio)는
‘천천히’, ‘매우 느리게’를 의미합니다.
안단테와 라르고 사이의 빠르기를 말합니다.
아다지오도 좀 더 세밀하게 빠르기를 구분하지만
대체로 조용히 천천히 전개되는 음악에
아다지오란 용어가 붙습니다.
클래식 음악에서 팝 음악으로 건너와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아다지오’로는 17-18 세기
바로크 후기시대 베네치아 작곡가
알비노니(Albinoni)의 주제에서 가져온
‘아다지오’를 꼽을 수 있습니다.
◉ ‘알비노니 주제에 의한 현과 오르간을 위한
Adagio G Minor’가 이 곡의 제목입니다.
하지만 알비노니의 곡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2차대전 후 폐허가 된 독일 드레스덴 도서관에서
발견됐다는 알비노니의
악보에 바탕을 두고
곡을 완성한 것은 맞습니다.
알비노니 음악을 연구하던
지아조토(Giazotto)라는 사람이
악보를 발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곡을
완성시켰습니다.
하지만 악보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알비노니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 곡을 지아조토의 곡으로 보는 것이
맞다는 게 음악계의 정설입니다.
누구의 곡이든 분명한 것은 슬프고 아름다운 선율이
느리게 흐르면서 사람들을 빠져들게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 이 곡은 특히 벨기에 출신의 캐나다 가수
라라 파비안 (Lara Fabian)에 의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폭발적인 고음과 부드러운 저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데다
호소력 짙은 음색까지 보태져
‘현존하는 최고의 디바’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뮤지션입니다.
그녀가 부른 노래 앨범이 6백만 장 이상
팔리면서 그녀의 이름도 이 음악도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헤매는 간절한 마음을
노랫말 속에 담았습니다.
영어로, 이탈리아어로 불렀습니다.
어머니가 시칠리아 출신이라 이탈리아어는
그녀에게 모국어나 마찬가지입니다.
클래시컬한 창법으로 탄생시킨 훌륭한
크로스오버 작품입니다.
그녀의 ‘아다지오’를 듣는 것만으로도
12월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 이 음악을 세상에 널리 알린 사람이
또 있습니다.
베드란 스마일로비치(Vedran Smilovic)라는
사라예보의 첼리스트입니다.
그는 1992년부터 시작된 사라예보 포위 공격 때
박격포 공격으로 숨진 22명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22일 동안 ‘아다지오’를 연주했습니다.
그는 폐허가 된 현장에서 저격수의 위협을
무릅쓰고 ‘아다지오’를 매일 같은 시간에
띄웠습니다.
바로 숨진 영혼을 위로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음악이었습니다.
◉ 예순여덟 살인 그는 지금 북아일랜드로 이주해
작곡가로 연주자로 살고 있습니다.
사라예보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G 단조’는
평소 이 곡을 주요 레퍼토리로 연주해 온
크로아티아 출신의 첼리스트
스테판 하우저(Stejan Hauser)가
재현합니다.
2 Cellos의 멤버이기도 했던 그는 최근
주로 솔로로 활동합니다.
스마일로비치는 영상 사진 속에 등장합니다.
◉ 라라 파비안은 쉰네 살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전성기의 기량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뮤지션 중의
한 사람입니다.
아다지오와 인연이 깊은 라라 파비안과
하우저가 지난 5월 런던 로열 알버트홀에서
만났습니다.
두 사람의 콜라보로 이루어진 감동의
‘아다지오’입니다.
https://youtu.be/ikWpOJT4y9g?si=oynuCfnlVWyEPv0i
◉ 아름다운 러시아의 미녀 소프라노 아홉 명이
펼치는 ‘아디지오’ 모스크바 공연입니다.
‘소프라노 투레츠까보’ -
이 소프라노 그룹의 이름입니다.
러시아의 음악가이자 합창단
단장인 미하일 투레츠키 (Михаил Турецкий)가
만든 프로젝트 그룹입니다.
투레츠까보는 투레츠키의 소유격인 러시아
생 격입니다.
그러니까 ‘투레츠키의 소프라노’인 셈입니다.
2009년부터 활동했으니 한시적 그룹이 아니라
정규그룹으로 굳어진 팀입니다.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재즈 소프라노, 포크 소프라노,
‘ 펑크 소프라노, 팝 소프라노 등
모두가 각자의 색깔을 지닌 소프라노들입니다.
◉ 그들이 이탈리아어와 러시아어로
’아다지오‘를 번갈아 부르며 각자의 색깔로
풀어냅니다.
모스크바의 이름난 공연장
Crocus City Mall은
올해 봄 이슬람국가(IS) 관련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관중 140여 명이
숨지고 5백여 명이 다친 사건이 발생한
아픈 기억을 가진 곳입니다.
2018년의 이곳 공연으로 만나보는 ’아다지오‘입니다.
https://youtu.be/FXQKw9LgDRU?si=6nUKkCaW5CDVtWEz
◉ ’아다지오‘는 특히
IL DIVO와 Mezzo그룹 등 크로스오버 사중창단이
즐겨 부르는 레퍼토리입니다.
팬텀싱어 시즌 1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의 공연도
그들에게 뒤지지 않습니다.
3년 전 팬텀싱어 올스타전에 올린 그들의 공연을
마무리로 듣습니다.
https://youtu.be/GgN2KnCOtDQ?si=fb7yV7ms8vvrR19y
◉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따스하게
12월을 시작합시다.
자연과 친해지면서 느림의 삶을 추구하자는
슬로시티(Slowcity)운동과 아다지오는
서로 맥이 닿아 있습니다.
12월의 아디지오와 함께 천천히 겨울 속으로
걸음을 옮겨 놓아 봅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