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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음악 9월 25일(수)✱
▲양평에 핀 녹차 꽃
◾꽃과 열매, 세 번째 상봉(相逢)
◀찻잔 (A Cup of Tea) ⇨정서주
◀그 겨울의 찻집 ⇨조용필
◀Tea for Two (두 사람을 위한 茶) ⇨Doris Day Gordon MacRea
✱영화 Tea for Two(1950)
◀Cup O’ Tea(차 한잔) ⇨Don Williams
◉ 늦더위가 물러가자마자 뒷산 비탈의 녹차나무가 하얀 꽃망울을 매달기 시작했습니다.
가을 햇살을 받아 더욱 푸르러진 잎들 사이로 수줍은 듯 하나둘씩 하얀 꽃잎을 보여줍니다.
공손하게 땅을 내려다보고 핍니다.
그 모습이 다소곳한 산골 처녀처럼 순박하게 보입니다.
◉ 남쪽 보성과 하동 같은 녹차 재배 단지에서는 초가을부터 초겨울까지 피고 지는 녹차꽃을 비교적 오랫동안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는 곳 양평은 상대적으로 추운 지역이라 녹차 재배 자체가 쉽지 않은 곳입니다.
여러 번의 실패를 거쳐 5년 전에야 비로소 녹차 나무를 살려 첫 겨울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재작년에 처음으로 녹차꽃을 만난 데 이어 올해로 세 번째로 녹차꽃을 만나게 됐습니다.
삼세번 녹차꽃을 만났으니 이제는 좀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은 안도감이 듭니다.
◉ 보성 지인이 보내준 녹차 씨앗으로 바깥 노지(露地)에서 녹차나무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고향 보성을 떠나 추운 양평 끝머리에 심어진 녹차 씨앗은 쉽사리 겨울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결국 재배에 성공한 것은 함께 정성과 노력을 들여준 이웃분 덕분입니다.
물 잘 빠지는 비탈의 자리 선정에서부터 거름 주고 겨울에 이중으로 비닐하우스 씌우는 일까지 주도적으로 해 준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 녹차꽃은 노란 꽃술이 풍성합니다.
그래서 녹차꽃이 피면 주변의 벌과 나비는 신이 납니다.
신나기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큼하고 달콤한 향기가 널리 퍼지기 때문입니다.
상쾌한 가을 공기 속으로 번져가는 향기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도 차로 마시는 것이 역시 더 좋습니다.
우선 차 한잔을 들어봅니다.
산울림의 김창완이 만들고 노고지리가 불러서 널리 알려진 노래 ‘찻잔’입니다.
가장 최근에 이 노래를 커버한 미스트롯 3 우승자. 10대 정서주의 버전으로 만납니다.
https://youtu.be/AVsvYyjcEaU?si=k8KYZU37S-8-kwFc
◉ ‘차 한잔 할까요?’ 흔히 하는 이 말은 만남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경우 한잔의 차는 만남을 이어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헤어지는 절차 속에 식은 찻잔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찻잔 속에는 만남과 헤어짐의 인생이 담겨 있다고들 말합니다.
하얀 녹차 꽃잎 다섯 장이 가진 상징적인 맛을 사람의 삶에 대입해 보면 그 말을 이해하게 됩니다.
◉ 쓴맛 고(苦)와 단맛 감(甘), 신맛 산(酸)과 짠맛 함(鹹), 여기에 떫은맛 삽(澁)이 녹차 꽃잎이 상징하는 맛입니다.
이 다섯 가지 꽃잎 맛은 인생을 너무 어렵게도, 너무 힘들게도, 너무 복잡하게도, 너무 티 내면서도, 살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 지금 피기 시작한 녹차꽃은 피고 지기를 계속하면서 찬 서리나 첫눈을 맞으면 더욱 영롱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이 꽃을 구름꽃, 운화(雲華)라고 불렀습니다.
이 ‘운화’는 한때 보성녹차가 브랜드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을 들어 보고 갑니다.
1985년 조용필의 8집 앨범에 담은 노래입니다.
2004년 한 조사에서 흘러간 노래 1위에 오를 만큼 많은 사람에게 익숙하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작사가 양인자가 쓴 노랫말은 인터넷 밈 ‘웃프다’라는 말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김희갑 작곡가가 곡을 붙인 발라드풍의 트롯입니다.
◉ 노래를 인연으로 만난 두사람은 나중에 재혼합니다.
작가 양인자는 작사가로서 노래 인생을 담은 에세이도 ‘그 겨울의 찻집’을 제목으로 내세웠습니다.
이 노래 역시 많은 가수가 커버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처연하게 부르는 조용필의 목소리로 들어 봐야 제맛이 납니다.
1993년 세종문화회관 공연입니다.
조회수가 3천만을 넘어서 조용필의 노래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들었던 버전 중 하나입니다.
https://youtu.be/EA6PLfDueP0?si=1EFFlymAHYJWKmpQ
◉ 통상 열매는 꽃이 진 뒤 달립니다. 그런데 녹차꽃이 핀 옆에는 거의 다 익은 열매가 달려 있습니다.
지난해 꽃이 필 때 만들어진 열매입니다.
그 열매가 일년을 기다려 올해 핀 꽃과 만납니다.
그래서 ‘열매와 꽃이 만나는 나무’,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란 이름을 얻었습니다.
실화상봉의 녹차나무는 꽃과 열매와 잎이 만나서 서로 믿음을 가지고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듯해서 보기 좋습니다.
◉ 녹차나무의 꽃과 열매는 사이좋은 잉꼬부부 같습니다.
식어가는 찻잔을 앞에 놓고 이별을 이야기하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사이좋은 부부나 연인이 함께 차 마시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보기 좋습니다.
그런 분위기의 재즈 스탠다드 노래를 백 년 전에서 불러옵니다.
1924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 ‘Tea for Two’입니다.
‘두 사람을 위한 차’는 이 뮤지컬의 제목이자 1950년에 만들어진 영화제목이기도 합니다.
◉ ‘둘을 위한 차가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어.’ 차를 마시면서
앞으로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떠올리며 부르는 프러포즈 송입니다.
같은 제목의 영화 속에서 도리스 데이 (Doris Day)와 고든 맥라(Gordon Macrea)가 함께 부릅니다.
이후 이 노래는 수많은 재즈 가수가 부르면서 재즈 스탠다드 곡이 됐습니다.
물론 여기서 차는 녹차가 아니라 홍차입니다.
https://youtu.be/vjGwxPNKMtg?si=J_97aV8uwnRriB5B
◉ 미국인이 가장 즐겨 마시는 차는 커피입니다.
지금은 한국사람도 그렇습니다.
통상 커피는 차라고 부르지 않고 커피라는 고유 이름으로 부릅니다.
그래도 큰 틀에서 보면 커피도 차의 일종입니다.
다방(茶房)의 인기 품목도 역시 커피입니다.
미국 컨트리 가수가 부르는 ‘차 한잔’( Cup O’ Tea)은 커피든 홍차든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010년 컨트리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컨트리 가수 Don Williams가 들려주는 ‘차 한잔’을 마시며 마무리합니다.
◉ 부드러운 베이스 바리톤 목소리의 돈 윌리엄스입니다.
부드러운 음색으로 부르는 그의 노래는 컨트리 차트에서 열일곱 곡이나 1위에 올랐습니다.
그를 부르는 별명은 ‘The Gentle Giant’입니다.
1977년 그의 앨범 ‘Vision’에 마지막 곡으로 담은 노래입니다.
여기에서 ‘차 한잔’은 사랑하는 사람 그 자체입니다.
‘깊고 푸른 바다를 원하기보다는 단지 당신의 한잔의 차가 되고 싶어요 당신의 사랑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집니다.
당신은 나에게 기댈 수 있어요’ 달콤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안겨주는 ‘차 한잔’입니다.
https://youtu.be/D92MJUK90TM?si=CVfsN2JmWKRRnBR9
◉ 녹차나무는 추위에 약합니다. 영하 7도 이하의 추위가 며칠만 이어져도 견뎌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첫눈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미니 이중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주곤 했습니다.
◉ 그런데 찬 서리를 맞고 첫눈을 맞은 녹차꽃이 더욱 예쁘고 영롱하다니 올해는 그 운화까지 보고 가려고 합니다.
첫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이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금 늦게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주려고 합니다.
양평 추위에 어느 정도 적응했을 테니 그때까지 함께하다가 겨울 동안 잠시 헤어져도 괜찮을 듯합니다.
(배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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