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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음악 10월 23일(수)✱

 

▲상생(相生)의 가을 신사

 ◾갈대의 노래

 

 

     ◀갈대의 노래 (Song of The Reed)

        ◼팀 맥 브라이언(Mac Brain)

     ◀여자의 마음 (La Donna e Mobile)

        ◼루치아노 파바로티

           ✱오페라 ‘리골레토’ 中에서

     ◀소양강처녀

        ◼박혜신

     ◀숨어 우는 바람 소리

        ◼전유진

 

 


 

 

 

◉ 억새와 함께 지금은 갈대도 가을바람에

춤추는 멋진 모습을 보여줄 때입니다.

지난 주말에 산속의 억새 군락지에서

축제가 줄줄이 열렸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물가의 갈대 축제가

뒤를 이어서 잇달아 열립니다.

순천만과 강진만에서는 ‘춤추는 갈대 축제’라는

이름을 내걸고 지금 가을 손님을

부르고 있습니다.

 

 

◉ 억새와 갈대는 같은 듯 다른 점이 적지 않은

가을의 주인공입니다.

둘 다 볏과식물로 같은 집안입니다.

그렇지만 우선 사는 곳이 다릅니다.

억새는 산이나 숲속에서 자랍니다.

갈대는 물이나 습지에서 자랍니다.

그래서 갈대밭으로 유명한 곳은

축제가 열리는 순천만, 강진만과

함께 을숙도 철새 도래지,

금강 하구언, 서천 신성리 등입니다.

주로 모두 고인 물이나 물의 흐름이

적은 곳에서 갈대는 군락지를 이룹니다.

 

 

 

◉ 얼른 보면 닮은 모양인데 자세히 보면

다른 점이 꽤 있습니다.

손이 베이기 쉬운 날카로운 억새의 잎과 달리

갈대의 잎은 부드럽습니다.

무엇보다 머리에 달고 있는 이삭의 모양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은빛의 가지런한 억새의 이삭과 달리

갈대의 이삭은 갈색이나 고동색으로

다소 헝클어진 모양입니다.

억새가 ‘산속 은발의 신사’라면

갈대는 ‘물가의 텁석부리 총각’ 같습니다.

키는 갈대가 더 큰 편입니다.

 

 

 

◉ 이런 차이가 있지만 둘은 확실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주변 생명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생(相生), 공생(共生)의

식물이라는 점이 같습니다.

잎과 줄기, 이삭, 뿌리 등 온몸으로

주변의 생명들을 길러내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배려와 헌신으로 만들어내는

상생과 공생은 이 가을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줍니다.

둘 다 가을의 신사로 불릴 만큼 멋쟁이입니다.

 

◉ 바람에 일렁이며 우는 ‘갈대의 노래’를

그려낸 연주곡부터 듣고 갑니다.

프랑스의 뉴에이지 작곡가 팀 맥 브라이언

(Tim Mac Brian)이 2002년에 만든 음악입니다.

알퐁스 도테의 ‘별’의 무대가 됐던

프랑스 알자스 출신의 음악가입니다.

그의 음악의 주제는 주로 ‘자연’입니다.

특히 숲속의 여러 생명을 서정적인 멜로디로

수채화처럼 그려냅니다.

마이너 코드를 적절히 살리고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샘플링해 음악 속에서 녹여냅니다.

‘갈대의 노래’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 영상 속에는 억새와 갈대가 뒤섞여 나옵니다.

편집자가 둘의 구분이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산과 물가, 이삭의 색깔 등이 영상 속에서

둘을 구분 지어 줍니다.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갈대의 노래’ 연주곡입니다.

 

https://youtu.be/lZ3Fqxl9iz0?si=bEWM8JU-VHgor9Qg

 

 

◉ ‘갈’은 풀을 의미하고 ‘대’는 대나무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갈대는 ‘풀을 단 대나무’입니다.

대나무도 볏과식물이니 같은 집안이기도 합니다.

대나무처럼 줄기 속이 비어 있습니다.

비어있는 갈대 줄기와 곳곳에 만든 마디는

이리저리 흔들리기는 하지만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굽신거리는 갈대를 보고

떡갈나무가 비웃습니다.

하지만 정작 강풍이 불 때 자신은 쓰러져

망신당하는 이야기가 파브르 ‘식물기’에 나옵니다.

센바람에도 끄떡없는 갈대는 ‘비움의 미학’이

만들어 낸 유연함과 강함을 지녔습니다.

 

◉ 그런데도 흔히 갈대를 약하고 변덕스러운

존재로 자주 그려내기도 합니다.

특히 여자를 불러와 그 이미지를 덧씌웁니다.

그래서 갈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여자의 마음’입니다.

바람에 흔들려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여자의 마음’으로 그려냈습니다.

전적으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Rigoletto)에 나오는 아리아 ‘여자의 마음’

때문입니다.

 

◉ 이 오페라에서 호색한인 만토바공작이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부르는 아리아에

갈대가 등장하면서 널리 알려지고 통용된

이미지가 됐습니다.

리골레토는 이 오페라의 주인공

어릿광대의 이름입니다.

실제로는 강하고 유연한 갈대의 이미지를

가진 여자가 약하고 변덕스러운 갈대의

이미지로 억울한 누명을 쓴 것 같기도 합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만토바 공작으로 등장해

부르는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입니다.

 

https://youtu.be/OQlC-1FV6CE?si=BwiDcirUnMuticO_

 

 

◉ 갈대 이삭에 달린 씨앗들은 새나 곤충 등

주변 생명들의 먹거리가 됩니다.

잎과 줄기도 마찬가지로 먹이가 됩니다.

갈대밭에는 많은 조류가 찾아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대규모 갈대숲은 겨울 철새들의

보금자리입니다.

흑두루미, 청둥오리, 저어새 같은

겨울 철새들이 갈대숲을 드나드는 모습이

지금부터 눈에 잡힙니다.

 

◉ 순천만에는 예년보다 일주일이나 일찍

겨울 철새 흑두루미가 나타났다고

순천시가 좋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2,500 Km를 날아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는 멸종위기의 야생생물 2급으로

전 세계에 만 6천 마리 정도가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먼저 눈에 들어온 13마리가 지금은

40여 마리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겨울 동안 8천여 마리가 순천만에서

겨울을 보냅니다.

그러니까 전 세계 흑두루미의 절반가량이

순천만에서 겨울을 나는 셈입니다.

흑두루미는 행운과 행복, 가족 사랑을 상징하는

길조(吉鳥)입니다.

순천시가 갈대 축제에서 흑두루미 탐조

등을 통해 행운을 듬뿍 받아 가기를

바란다고 선전할 만합니다.

 

◉ 갈대는 철새 등 주변생명에게 단순히

먹거리만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철새들이 천적들을 피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숙소까지 제공합니다.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같은 가사의 ‘소양강 처녀’가

그래서 노래로 만들어졌습니다.

박혜신이 부릅니다.

 

https://youtu.be/AZcXfNUmHzc?si=ZeqMEIojB6uUHIUa

 

 

◉갈대가 자라고 있는 물속을 들여다보면

목질화된 뿌리줄기 지하경(地下莖)이

물 바닥 땅속에 층층이 뻗어 갑니다.

이 뿌리는 노란색 수염뿌리를 달고 있습니다.

이것이 모래무지와 물자라, 소금쟁이 같은

물속 생명이 기생해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갈대 뿌리는 또 하나의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물을 맑게 해주는 능력입니다.

물속 생명이 모여드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갈대숲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노래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숨어 우는 바람 소리’입니다.

노래 잘하는 10대 전유진입니다.

 

https://youtu.be/H5U4MaK0lkk?si=XyIUWB-cjBWYHdP7

 

 

◉ 오늘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입니다.

상강답게 비 내린 뒤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조금씩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서리가 내리니 국화를 제외한 가을꽃들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합니다.

단풍의 계절이 시작되고 농사일도

마무리 지을 때가 됐습니다.

다음 절기는 입동(立冬)!

늦가을로 들어서면서 겨울맞이를 준비해야

할 때가 오고 있습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