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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부르는 ‘빗물’
◾내일 우수(雨水)
◀봄비
✱신중현 작사 작곡
◼알리
◼김주리
◼장사익
◼강성희
◼하현우
◉내일이 우수(雨水)입니다.
우수가 지나면
2월은 열흘 남습니다.
겨울 끝자락 그 열흘 동안
봄기운이 스며들면서
2025년 새봄을 맞게 됩니다.
그래서 우수는
오는 봄을 맞기 위해
준비에 나서는 날이기도 합니다.
‘우수(雨水)’를 그대로 풀면
‘빗물’입니다.
그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면서
대지에 생명을 주고
봄을 불러오게 됩니다.
◉‘우수에 때맞춰 이른 봄비가
내리면 풍년이 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즈음에 내리는 비는
겨우내 얼어 있던 대지와
그 속에 움츠려 있던 생명들이
다시 세상으로 나오도록 돕는
동력이 됩니다.
녹아 윤기를 찾기 시작한 땅에서는
잠자던 벌레가 깨어납니다.
새싹도 세상을 향해 고개를
조금씩 내밉니다.
이때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금상첨화(錦上添花)입니다.
통상 이때쯤 반가운 봄비나
봄눈이 내리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지난해는 우수에 맞춰
사흘 동안이나 비가 내렸습니다.
그 후 닷새간 춘설(春雪)이
이어졌습니다.
2년 전에도 때맞춰 한차례
봄을 부르는 비가 다녀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아쉽게도
비 소식이 없습니다.
◉이번 주 내내 아침은 영하,
낮은 영상인 맑은 날씨가
이어집니다.
기온은 예년보다 조금 낮습니다.
그래서 우수에 맞춰 비가
내리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비가 내리면 더없이 좋겠지만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아도
이 기간에 ‘빗물’은 계속
땅으로 스며들어
대지를 숨 쉬게 만듭니다.
넓게 해석하면 ‘우수’는
‘비나 눈, 서리가 녹아
물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대동강물이 녹는다’는
말도 우수를 상징하는
속담이 됐습니다.
◉올겨울은 유난이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그래서 뒷산과 옆산은 물론
앞마당까지 아직 눈에 덮여 있습니다.
낮에 가온이 영상으로 오르면
눈 녹은 물이 땅으로
스며드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그 사이로 성급한 초록 새싹도
드문드문 눈에 들어옵니다.
냉이, 복수초, 수호초 같은
친구들입니다.
얼음 녹인 ‘빗물’도 계곡에
흘러내리며 봄을 부르는
정겨운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아도
대지는 빗물을 머금으며
겨울을 마무리해 가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봄비가 내리지 않지만
마음속에서 봄비를 내려
봄을 미리 불러오도록 해봅니다.
맑은 날 듣는 비 노래가
묘한 매력이 있기도 합니다.
한국 대중가요의 대부로 불리는
신중현이 1967년에 작사 작곡한
‘봄비’는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는 대중가요 명곡입니다.
이별 후 찾아오는 아픔과
그리움을 봄비에 빗대어
나타낸 서정적인 발라드입니다.
이별의 상대가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가족이나 친구일 수도 있고
끝나가는 계절, 겨울일 수도
있습니다.
◉여든여섯 살인 아직도
음악을 놓지 않고 있는
록의 대부가 58년 전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담아
서정적으로 만들어 낸 노래입니다.
여러 가수가 자신의 색깔과
해석을 담아 지금도
많은 버전을 만들어 내고 있어
긴 생명을 얻은 노래입니다.
그 가운데 봄이 오면 듣게 되는
명품 버전들을 만나봅니다.
◉1967년의 ‘봄비’는
이정화가 처음 불렀습니다.
하지만 신중현 키드 김추자와
한국 소울의 개척자 박인수의
버전이 고전 버전처럼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후 여러 가수가 커버하면서
여러 색깔의 ‘봄비’가 등장했습니다.
먼저 ‘불후의 명곡’에서
우승이 가장 많은 ‘노래쟁이’
알리의 버전부터 시작합니다.
알리가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은 트로피를 가져간 것은
노래 한 곡 한 곡에 들이는
그녀의 정성과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2016년 4월 불후의 명곡에서
우승한 ‘봄비’도 마찬가지입니다.
◉‘봄비’의 레전드 무대로 기억되는
알리의 버전은 국악적인 요소를
섞어 애처로운 느낌으로 펼쳐집니다.
소리꾼 이봉근의 구음을 받아
‘봄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파워풀한 가창력과 맨발 투혼으로
완성한 알리의 무대입니다.
편곡 능력도, 곁들인 춤사위도
돋보여 뮤지컬 한 부분을
보는 느낌입니다.
가야금 연주와 소리꾼의 백 코러스의
도움을 받아 내리는 정성 어린
알리의 ‘봄비’입니다.
https://youtu.be/88TB-M2lt5s?si=5Gu-ehDOQ--5dUez
◉소리꾼이 부르는 ‘봄비’는
우리 음악 국악이 보태진
K-pop 같은 노래로 다가옵니다.
판소리로 내공을 다져온
김주리는 열 살 때
아홉 시간 반 동안 판소리를
완창해 기네스북에 오른
타고난 소리꾼입니다.
판소리에서 다져진 내공으로 부른
그녀의 ‘봄비’는 한국적 소울로
승화시킨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반주 없이 구음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잔잔하게 시작한 ‘봄비’는
마지막에 다시 잔잔하고
나지막한 구음으로 마무리됩니다.
그 사이에 폭발적인 성량으로
끌어가는 단단하고 안정적인 고음이
소리꾼다운 시원함과 함께
이별을 담은 처연함도 안겨 줍니다.
국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를
가늠해 본 4년 전의 오디션 프로그램
‘소리꾼들의 전쟁-풍류대장’
무대에 오른 김주리의 ‘봄비’입니다.
https://youtu.be/7H4FvioBH1Q?si=dNj85aDzaz00_YWg
◉한복 두루마기 차림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툭툭 던지는 창법으로 부르는
할아버지 장사익의 버전도
레전드 무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 버전에도 역시 국악의 향기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3년 전 2월 ‘장사익 봄날 특집 쇼’에
등장한 ‘봄비’가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듭니다.
젊은 시절부터 ‘봄비’를
좋아했다는 장사익은 뒤늦게
소리꾼으로 등장하면서 이 노래를
무대에서 자주 불렀습니다.
◉장사익은 겨울 동안 얼어붙었던
마음과 근심 걱정들이
봄비에 녹아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부른다고 했습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꽃피는 날처럼 늘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함께 했습니다.
8분이 넘는 긴 길이의
‘봄비’를 맞아봅니다.
https://youtu.be/FKRwxJRl0S4?si=dQtroaOnbdgl-ZI3
◉신촌 블루스의 객원 보컬로
활동하면서 ‘봄비’를 되살려낸
박인수의 버전은 이 노래가
대중에게 다가가는
또 하나의 전기가 됩니다.
전쟁고아 출신으로 미국에
입양됐다가 돌아와
한국 소울 음악의 개척자로
이름을 알린 박인수입니다.
하지만 ‘봄비’를 끝으로
건강이 나빠지면서 그의 이름은
대중에게서 멀어졌습니다.
10년 이상 투병 중인 그를 위해
2년 전 동료 음악인들이
자선 음악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10년 이상 신촌 블루스의 보컬로
활동해 온 무명의 강성희가
오디션 프로그램 ‘싱 어게인’에
이 노래를 들고 나와 박인수의
맥을 이었습니다.
◉지난해 1월 ‘싱 어게인’ 6강전에서
강성희는 신촌 블루스의
대표 노래 가운데 하나인
‘봄비’를 들고나왔습니다.
그녀의 대표 레퍼토리는 아니지만
신촌 블루스를 상징하는 노래를
불러보라는 주위의 권유가
많았다고 합니다.
20년 이상 무명으로 활동해 온
강성희가 긴 겨울을 끝내고
새 생명이 담긴 이름을 얻어
봄을 맞이하는 때에도
어울리는 선곡이었습니다.
실제로 ‘싱 어게인’에서
이름을 다시 얻은 강성희는
최근 ‘복면가왕’에서
‘카니발’이란 이름으로
3연승 기왕에 오르는 등
그녀의 노래 인생에서
새봄을 펼치고 있습니다.
경연 당시 강성희의 ‘봄비’입니다.
https://youtu.be/2HbAdVw1Vw8?si=NKeIta1-2Jb1nvFp
◉‘복면가왕’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국카스텐 보컬 출신
하현우입니다.
‘우리 동네 음악대장’이란 이름으로
기왕에 오른 그는 9연승이란
아직도 깨어지지 않은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6년 3월 ‘우리 동네 음악대장’은
‘봄비’를 들고나와 5번째로
가왕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특히 하현우는 고음이 아닌
특유의 몽환적인 느낌으로
봄비를 내려 듣는 사람의
마음을 흠뻑 적셨습니다.
부르는 사람마다 색다른 정서,
차이 나는 메시지를 전해오는
‘봄비’입니다.
하현우의 ‘봄비’는 어떤 느낌인지
복면을 쓴 하현우가 아니라
비 오는 영상에 실린 그의 노래로
‘봄비’를 마무리합니다.
https://youtu.be/-fgNI8StC9g?si=10sg0lWW-NeUYX5g
◉날이 풀려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조래헌(鳥來軒)을 찾아오는
새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박새, 곤줄박이 같은 참새류는
물론이고 어치와 산비둘기,
까마귀, 까치도 수시로 들락거립니다.
그래서 아직은 황량해 보이는
집과 집 주변의 겨울 숲이
생명의 움직임과 그 소리로
서서히 깨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산에 오르면
마음 급한 다람쥐와
마른 풀 속에서 푸드덕거리는
봄 꿩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봄은 그만큼
가까이 와 있습니다.
(배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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