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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참꽃’의 교향악
◾생명 부활 이끄는 식물 

       ◀진달래꽃 
         ✱김소월 시, 김동진 작곡 
         ◼송광선(소프라노) 

       ◀진달래꽃 눈물짓는 날엔 
         ✱임형선 시, 신귀복 작곡 
         ◼김지현(소프라노)  

       ◀진달래꽃 
         ✱김소월 시 우지민 작곡 
           (원곡: 마야)
         ◼롤링쿼츠(Rolling Quartz)
         ◼김유하(아홉 살)  
         ◼안나(러시아)       

      ◀Flor de Azalea
          (진달래꽃, 탱고)
         ◼Mila Y Su Violin 

 

 

 



◉진달래꽃과 개나리꽃, 
벚꽃이 한꺼번에 
경쟁하듯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년보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 이상 
빠르게 꽃을 피우면서 
4월의 봄이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잠시 왔다가는 
꽃샘추위에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을 피워 
주변 생명을 품어가며 
초록의 등장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특히 
산을 진분홍색으로 물들이며 
등장하고 있는 진달래꽃이 
반갑습니다.
진달래는 한국인의 
가슴속에 유달리 깊이
오래 새겨져 있는 
민족 자원식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음력 삼월삼진날을 지나 
청명(淸明)과 한식(寒食)이 되면 
진달래 꽃잎으로 부친 
화전(花煎)을 안주 삼아
두견주를 마시는 일은  
오래 전해져 내려온 
민족의 풍습이기도 합니다. 

 

 


◉지난주 후반에 
청명과 한식이 지나면서 
뒷산 군데군데가 
진분홍색 진달래꽃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의 진달래꽃 군락지는 
붉게 물든 진달래꽃 장관이 
펼쳐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 말부터 
꽃이 피기 시작한 
부천 원미산만 하더래도
벌써 1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창녕의 화왕산과 
여수의 영취산 
대구 달성의 비슬산 등 
다른 진달래 군락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진달래는 한반도에 
주로 분포하는 식물입니다.
중국과 몽골, 연해주 일대에서
자라기는 하지만 
주 무대가 바로 한반도입니다.
영어에서는 이 진달래를 
‘Korean Rhododendron’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예쁘다’는 ‘Rhodo’와 
‘나무’를 의미하는 ‘Dendron’이 
합쳐진 진달래속의 이 속명에 
속하는 식물이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Korean을 
붙인 것을 보면 
진달래가 한국 특성의 
식물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진달래와 철쭉은  
진달래속으로 집안이 같습니다. 
그렇지만 성격은 다릅니다. 
그런데 영어 이름에서는 
한국 철쭉이 진달래로 
이해되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진달래를 
‘참꽃’, 철쭉을 ‘개꽃’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먹을 수 있는 진달래와 
독성 때문에 먹을 수 없는 
철쭉을 가려서 붙인 
이름으로 이해됩니다. 

◉진달래는 지구 지질 역사가 
장구한 곳에서 등장하는 
식물입니다. 
또 척박한 곳에서 인내하며 
살아가는 대표적인 생명체
이기도 합니다. 
한반도가 진달래의 
주요 분포지가 된 이유입니다. 
그래서 봄이 와서 
진달래꽃이 등장하면  
‘참꽃’이 펼치는 교향악을 
듣는 마음으로 
‘민족의 꽃’ 진달래꽃과
마주하게 됩니다. 
 


◉진달래꽃은 대부분 
가지 끝에 모여서 핍니다. 
줄기 윗부분에서 가지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그 끝에 몇 개씩 모여서 
꽃을 피웁니다.
꽃눈이 대부분 가지 끝에 모여 
겨울을 났기 때문입니다. 
줄기 아래쪽에 곁눈이 있지만 
아래로 갈수록 점점 작아져 
꽃들이 거의 줄기 위쪽에 
모여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잎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꽃잎이 위쪽에 모여있으니
진달래 군락지를 진분홍색으로
쉽게 물들이게 됩니다.

◉진달래꽃 하면 누구나 
소월을 떠올리게 됩니다. 
진달래꽃을 소재로 한 음악은 
거의 김소월의 시를 걸치고 
지나가곤 합니다. 
가곡도 그렇고 대중가요도 
그렇습니다. 
소월의 진달래꽃은 
임과 이별하는 상황에서 
그 슬픔을 인내하는 마음이 
절실하게 형상화돼 있습니다.
시속에서 진달래꽃은 
사랑인 동시에 원망과 슬픔이며 
이별하는 상황에서 
변함없는 사랑을 
반어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슬픔과 한이 서린 
우리 전통 시가의 
맥을 잇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소월은 스무 살 때인 
103년 전 1922년,
이 시 ‘진달내ᄭᅩᆺ’를 
잡지 ‘개벽’에 실었습니다.
시속의 ‘즈려밟고’는
표준어에 없는 표현이고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는
반어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이 시에 작곡가 김동진이 
곡을 붙인 것은 
시가 나온 지 35년 뒤인
1957년입니다. 
당시 소월 일대기를 다룬 
영화 제작사의 요청에 따라 
작곡했지만 영화 개봉이
미루어지면서 1962년에야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의 
주제가로 사용됐습니다. 
소프라노 송광선의 
노래로 듣습니다, 
https://youtu.be/4Sk02qHjsYI

 

◉진달래꽃의 종류는 
중국 쪽도 많습니다.
중국에서는 이 꽃을 
두견화(杜鵑花)라고 부릅니다.
진달래가 필 때 두견새가 ‘
울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한국에서는 진달래꽃이 필 때
두견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이 새는 5월쯤 
동남아에서 날아와 
9월쯤 떠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두견새가 밤새 울다 
토한 피가 진달래로 
피어났다는 전설 때문이지 
시나 노래에 등장하는 
진달래는 슬픔과 한을 
지닌 꽃으로 등장하기 
일쑤입니다. 
임형선 시에 신귀복이 곡을 붙인 
‘진달래꽃 눈물짓는 날에’를 
들어봅니다.
세계 오페라무대에서 인정받는 
소프라노 김지현입니다. 
https://youtu.be/LyEk2hx14tk

 

◉소월의 ‘진달래꽃’은
대중가요 속에서도
꾸준히 등장했습니다.
1960년대에는 박재란과
최정자가 불렀고 
그룹 빅뱅도 소월시를 인용한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진달래꽃’은 마야가 부른 
2003년도 노래입니다.
소월의 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우지민이 작사 작곡한 노래를
마야가 록 버전으로 불러
널리 알려졌습니다.

 


◉처음 반응은 신통치 않았지만
길거리 카세트테이프 판매 
리어커에서 계속 흘러나오면서 
거리에서 먼저 유명해졌습니다.
마야의 대표곡이기는 하지만 
그녀가 성대결절로 거의 
무대에 서지 않기 때문에 
커버곡으로 만나봅니다.
먼저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4인조 여성밴드 
롤링쿼츠(Rolling Quartz)의 
커버곡입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순회공연 중인 이들이 
백제 왕궁터에서 펼쳤던 
‘진달래꽃’ 공연입니다. 
https://youtu.be/EVbR7F2YgNQ?si=rdvmhnMODoyFfHPe

 

◉대마도를 제외한 일본에서는
진달래가 거의 자생하지 않습니다. 
일본 본토에서 진달래를 보려면 
식물원에 가야 합니다.
그런데 대마도(쓰시마)에는 
진달래가 봄이면 
지천으로 피어납니다. 
일본열도처럼 화산섬이 아니라 
지질대가 한반도와 연결된 
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마도가 이전에 
한반도에 속한 땅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부산에서 대마도까지는 49.5Km, 
일본 규슈에서 대마도까지는 
147Km로 세배나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인들에게 
진달래꽃은 생소한 
꽃일 수도 있습니다.
올해 ‘한일톱텐쇼’에서 
아홉 살 김유하가 들려주는 
‘진달래꽃’입니다. 
일본인들은 물론 
한국 관중들까지 
환호하게 만든 무대입니다.
https://youtu.be/V9T8HThQwe0?si=RfZtxN0joh-swG8D

 

◉러시아에서는 진달래를 
아잘리야(Азалия)라고 부릅니다.
주로 철쭉을 말하는 
영어 Azalea와 비슷합니다.
러시아 본토에서는 진달래를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극동 연해주 지방에서는 
5월이면 진달래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블라디보스톡에서는 
한때 진달래꽃을 
시의 상징 꽃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와 있는 러시아인  
안나가 부르는 
‘진달래꽃’을 들어봅니다. 
몇 년 전 관심을 모았던 
‘탑골렙소디’의 공연에서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부릅니다.
https://youtu.be/KVHddh_QFXI

 

◉서양의 Azalea는 진달래보다 
철쭉에 더 가까운 듯합니다.
진달래보다 좀 더 늦게 
잎과 함께 꽃이 등장하는 
철쭉 이야기는 조금 뒤로 
미뤄 놓습니다. 
이 꽃은 멕시코에서 
연주음악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Mila y Su Violin이란 
멕시코 연주 그룹이 연주하는 
서정적인 탱고 
‘Flor de Azalea’를 
진달래꽃으로 여기며 
들어봅니다.
https://youtu.be/h3lr7HJYVhE

 

◉진달래는 메마르고 척박한 
땅에서 잘 자랍니다. 
바위틈새를 비집고 서 있는 
모습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읽을 수 있습니다. 
꺾여도 잘려 나가도 
억세게 피어납니다. 
그래서 영락없는 
한국의 꽃입니다.

◉진달래는 키 작은 나무라도 
수명이 따로 없습니다. 
아주 오래 살며 
나이를 알 수 없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수명을 다해 
늙어 죽는 진달래는 없습니다.
산불이 나거나 
숲이 벌채 등으로 망가지면 
다시 그루터기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잘 보존된 온대림의 
숲속에서는 진달래꽃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도심에서도 볼 수 없습니다. 
대신 척박한 땅, 바위틈, 
천이(遷移)가 일어나는 곳에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올봄 대형 산불로 많은 
산과 숲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진달래는 산불이 나서 
황폐해진 곳, 
민둥산의 척박한 곳
이런 곳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고 나타나  
새 생명들의 부활을 이끕니다. 
어느 시인의 시처럼 
바로 ‘쓰러진 자의 꿈’을 
일으켜 세우는 경이로운 
식물이 바로 ‘민족의 꽃’
진달래입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