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벚꽃도 사람도 ‘활짝’ 
◾봄 만끽! 꽃구경 

      ◀벚꽃 핀 날에 
        ◼유소영(소프라노)
      ◀벚꽃 나무 아래 
        ◼이지현(소프라노) 

      ◀벚꽃잎 흩날릴 무렵 
       (桜色舞うころ)
        ◼나카시마 미카 

      ◀벚꽃 연가 
        ◼미라클라스 

      ◀Cherry Blossom
        ◼라나 델 레이(Lana Del Ray)

 

 



◉지난 주말부터 
여의도에는 사람 물결이 
넘실대기 시작했습니다.
활짝 핀 벚꽃 아래 
사람들도 벚꽃과 함께 
활짝 폈습니다.
정작 여의도 봄꽃 축제는 
예정보다 나흘 뒤인 
어제부터 시작됐습니다.

◉원래 축제 예정일이 
탄핵 심판으로 나흘이나 
뒤로 밀렸습니다.
축제 기간 문을 열고 
사람들을 불렀던 국회도 
올해는 문을 닫았습니다.
국회의원 신변 보호가 
그 주된 이유입니다.
그곳엔 봄이 아직 
오지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꽃구경에 나선 사람들은 
잠시 언찮게 흘겨볼 뿐 
별로 아랑곳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벚나무처럼 한순간에 
꽃이 화려하게 피어나서 
시선을 끄는 꽃나무도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하트 모양의 꽃잎 5장이 
방사형으로 핍니다. 
꽃가지가 무리 지어서 나는 
특성 때문에 
다섯-여섯 송이 이상이 
한곳에 모여 핍니다.
그래서 화려한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낮 태양 아래서 
흰색, 연분홍색의 
화사한 화려함을 
뽐내는 것으로 모자라 
밤의 불빛 아래서도 
찬란한 빛으로 
밤거리를 술렁이게 만듭니다.
사람들을 밤낮없이 
벚꽃 구경에 나서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전국의 벚꽃 명소는 
2백 곳이 넘습니다. 
서울 만해도 여의도와 
석촌호수, 양재천 등
3대 명소를 포함해 
수십 곳이 됩니다.
3월 하순 제주도에서 
출발한 벚꽃은 이제 
전국 곳곳의 벚꽃 명소를  
환하게 물들이며 
북상(北上)을 거의 
마무리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제 가까운 곳에서  
벚꽃 행렬에 몸을 맡기고 
꽃구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벚꽃은 흰색 또는 
연분홍색 꽃망울을 
동시다발적으로 엽니다.
그 모습이 마치 팝콘을 
터뜨리는 모습 같아서 
‘벚꽃 팝콘’이란 동요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짧지만 강력한 벚꽃은 
봄날을 찬란하게 만들면서 
순식간에 벚꽃길을 
꽃바다로 만들기도 합니다. 
벚꽃은 피는 모습도 
강렬하지만 지는 모습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오래 머물지 않는 벚꽃은 
통째로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장 한 장이 
따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짧게 화려한 이면에 
순간에 떨어지는 벚꽃을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벚꽃이 피는 날의 모습을 
담은 가곡부터 만나봅니다. 
오두영의 시에 정애련이 
곡을 붙인 ‘벚꽃 핀 날에’
입니다.
‘봄을 깨우는 소프라노’ 
경북대 교수인 유소영이 
벚꽃길로 안내합니다. 
https://youtu.be/AqYpo7ZuWb4?si=1y2ZInp22pi5JuhY

 

◉벚꽃은 단풍이 
남하(南下)하는 길과 
반대로 올라옵니다.
중부지방까지 올라온 
벚꽃 행렬은 이제 
다음 주가 되면 평양을 거쳐
이달 말쯤 신의주에서
한반도 북상을 멈춥니다.
그런데 봄이 더디게 오는 
산촌에서는 산벚꽃이 피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합니다. 
평지보다 닷새에서 
열흘 정도 늦습니다.
산의 군데군데가 벚꽃으로
치장되면 산들은 이내 
연두색 옷을 갈아입습니다.
그때부터 녹색 천지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봄이 제대로 자리 잡았다는 
신호를 보내는 때가 
바로 산벚꽃이 필 때입니다. 

 


◉하얀 벚꽃잎은 내 마음도 
그대 마음도 하얗게 
물들입니다. 
그 꽃잎은 봄바람을 타고 
노래 속에 잠기기도 합니다. 
벚꽃 아래서 
가곡을 한 곡 더 들어봅니다. 
‘꽃잎은 세상 가득 
하얗게 채워지네.
그대 마음에도 내 마음에도 
하얗게 더 하얗게 
가득 날리네.’
김동현의 시에 이원주가 
곡을 붙인 ‘벚꽃 나무 아래’
입니다. 
국제 콩쿠르에서 여러 차례 
우승했던 오페라 가수   
소프라노 이지현입니다. 
https://youtu.be/0uvkw2Rg0nA?si=izD_eDBiR8_dWAMp

 

◉벚꽃 축제는 일본의
‘하나미’(花見)에서 유래됐습니다.
9세기에 시작됐으니 
천2백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미’는 그대로 풀면 
‘꽃구경’입니다. 
일본에서 벚꽃은 
국화(國花)는 아닙니다. 
그래도 꽃(꽃) 자체를 
벚꽃으로 생각할 만큼 
그들에게 친근한 꽃입니다.
 
◉‘쇼메이요시노’로 불리는 
일본 왕벚나무는 지금 
세계에 가장 널리 퍼진 
벚나무입니다. 
전국을 벚꽃으로 물들이고 
있는 한국의 벚나무의 
상당수가 바로 이 일본의 
왕벚나무입니다.
벚꽃을 부르는 일본어 
‘사쿠라’는 한국에서는 
‘변절자’, ‘가짜’, 등의 
좋지 않은 이미지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세계 여러 곳에서 
이 말은 벚꽃을 의미하는
단어로 굳어졌습니다.
프랑스어 Sakura,
스페인어 Sakyra
러시아어 Сакура 
모두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벚나무의 원산지가 
일본인 것은 아닙니다. 
히말라야 근처입니다.
이 벚나무는 오래전부터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 
널리 퍼져 있던 식물입니다.
그런데 오랜 역사 동안 
일본은 이 꽃을 마치 
일본을 상징하는 꽃처럼 
대접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사쿠라’ 하면 
일본을 떠올리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국화(國花)로 
여기는 국화(菊花)와 벚꽃은
그들의 문학과 음악 등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됐습니다. 

◉J-Pop 속에 등장하는 
벚꽃 관련 노래를 한 곡 
만나보고 갑니다. 
한국에 잘 알려진 J pop 가수 
나카시마 미카가 부르는 
‘벚꽃잎 흩날릴 무렵’
입니다. 
박효신의 번안가요로
한국에 널리 알려진 
‘눈의 꽃’의 일본 원곡자입니다.
2003년에 ‘눈의 꽃’을 불렀던 
미카는 2년 뒤인 2005년에
벚꽃 관련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면 
‘연분홍빛 춤출 무렵’입니다. 
‘벚꽃잎 흩날릴 무렵’으로  
제목을 번역하면서 
벚꽃을 떠올리는 
대표적인 J-pop이 됐습니다.
그녀의 공연 무대를 
한국어 자막이 붙어 있는 
버전으로 만나봅니다.
https://youtu.be/l1mQIuKHNDs?si=6GKxXzUmX_orYt0O

 

◉벚나무는 한국에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의 연관성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고려시대 몽골의 침공을 
막기 위해 만든 
팔만대장경의 절반 이상이 
바로 이 산벚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우리 문화유산의 출발점은 
바로 산벚나무였습니다.
당시 작업은 강화와 
남해에서 진행됐습니다.
바닷물에 3년 동안 담근 
산벚나무를 소금물에 삶아 
그늘에 말려 대패질한 뒤 
판각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북벌을 목표로 삼았던 
조선 효종은 우이동에 
활을 만드는 재료가 되는 
벚나무를 대대적으로 심었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12년에 
우이동이 우리나라 최초의 
벚꽃 축제 출발점이 된 
배경입니다. 
물론 벚꽃을 그리워했던 
한반도 주재 일본인들이
시작했던 축제였습니다.

 


◉과거 우리 역사의 꽃구경에는 
벚꽃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록에는 진달래꽃과 
복숭아꽃, 살구꽃 구경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래도 이 벚꽃은 지금 
사극 속에는 자주 등장합니다.
한 장씩 떨어지는 꽃잎을 
애절한 사랑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라마 ‘백일동안 낭군님’에
등장하는 ‘벚꽃 연가’도 
바로 그런 노래입니다.
첫사랑과 헤어져 
궁으로 들어간 세자가   
흉계로 기억을 잃은 뒤
궁 밖으로 나와 
그 여자를 다시 만납니다.
하지만 기억이 돌아와 
다시 헤어져야 하는
상황에 붙여진 
‘벚꽃 연가’입니다.
첸(Chen)이 부른 ost를 
팬텀싱어 4 중창단 
미라클라스가 애절한 선율로
커버합니다. 
https://youtu.be/hk04Hvzb-6A

 

◉흔히 일본 강점기에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일본이 한반도에 벚나무를 
대량으로 심었다는 주장이
자주 제기돼 왔습니다. 
일본이 벚나무를 많이 
심기는 했지만 
살펴보면 무의미한 
논쟁 같습니다.
당시 조선에 이주했던 
일본인들은 하나미를 즐기며
향수병을 달래보려 
했다고 합니다.
우이동에서 꽃축제가 시작됐지만 
너무 멀어서 그들은 도심에 
일본 벚나무를 심을 것을 
꾸준히 당국에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1909년 창경원에 
3백 그루의 쇼메이요시노가 
심어진 것을 시작으로 
벚나무의 이동이 시작됐습니다. 
1933년에는 2천 그루가 
창경원에 이식됐습니다.
그래서 1918년부터 창경원 
벚꽃 축제가 시작됐습니다.
1927년에는 진해 벚꽃 축제를 위한 
임시열차까지 운행됐습니다.
광복 후에도 창경원 벚꽃놀이는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1984년 창경원이
창경궁으로 복원되면서 
그곳 벚나무는 베어지거나  
일부는 다른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때 여의도 윤중로에 옮겨진 
일본 왕벚나무가 지금 
여의도 봄꽃 축제의 
기원이 됐습니다.
일본 왕벚나무는 벚꽃잎이 
쉽게 날려 장관을 연출하도록 
개량된 품종입니다.
애국심 차원에서 그것을 
제주 왕벚나무로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꽃도 축제 성격에 잘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쇼메이요시노가 주종이 된 
배경입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포토맥 강변도 봄이 되면 
일본 왕벚나무 쇼메이요시노의 
벚꽃이 장관을 이룹니다.
그래서 때에 맞춰 매년 
국립 벚꽃 축제
(National Cherry Blossom
Festival)가 열립니다. 
이 벚나무들은 모두 
1900년대 초에 일본에서 
가져다 심었습니다.
당시 대통령 부인인  헬렌 테프트
(Helen Taft)가 그 일을
주도했습니다. 

◉27대 미국 대통령인 
윌리엄 하워드 테프트는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  
 육군 장관이었습니다
그는 당시 도쿄에서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화를 
미국이 묵인했던 
바로 가쓰라-테프트 밀약을 
맺었던 당사자입니다.
그의 당시 친일본적인 
행보가 대통령이 된 뒤 
포토맥 강변을 벚꽃 천지로 
만드는 계기가 된 듯합니다. 
지난해에는 일본 총리가
내년으로 예정된 미국독립 
2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일본 왕벚나무 250그루를 
추가로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벚꽃과 관련된 
라나 델 레이(Lana Del Ray)의 
‘Cherry Blossom’(벚꽃)을
마무리 곡으로 듣습니다.
벚꽃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새로 태어날 아기에게 
부여한 자장가 같은 
성격의 노래입니다.
그 아이의 예명이 바로 
‘벚꽃’입니다.
봄을 상징하는 꽃 
벚꽃을 활찍 피어나게 
만들어서 아이에게 
새로운 시작과 
아름다운 삶을 주려 합니다.
‘난 너를 높이 밀어 올려 
우리 체리 블라썸, 
플라타너스 나무에 닿을 정도로 
네가 두려움을 느낄 때 
엄마는 거기 있을 거야 
세상은 잔인하지만 
괜찮아 우리는 
가진 것 나누고 
함께 할 거니까’
아이에게 얘기를 건네듯 
부르는 라나의 노래입니다.
https://youtu.be/SzcAqfRkAOw?si=cuZGE41_9qZJwcGG

 

◉찬란하게 꽃을 피워 
황홀함을 보여주는 
벚나무의 빛나는 순간은
그래 오래 가지 않습니다. 
꽃이 이내 지면 
아무도 쳐다봐 
주지 않아도 스스로
챙겨서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습니다. 
찬란한 시절을 보낸 사람이 
그 시간이 끝나면 
스스로 챙겨서 
멋진 마무리를 해야
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