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봄비 오는 날, 꽃향기
◾향기로 퍼지는 봄
◀우리들의 이야기
◼윤형주
◀라일락꽃 향기 그대
◼김순영(소프라노)
◀어느 봄날
◼김순영(소프라노)
김동원(테너)
◀사과꽃 향기
◼김윤서(리틀 뮤즈)
◀매우(梅雨:매화 비)
◼강문경
◉곡우(穀雨)가 이틀 지난
어제 종일 봄비가 내렸습니다.
이때 내리는 비는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고 해서 모두가
좋아합니다.
밭고랑 논고랑에
빗물이 고일 만큼
충분히 내렸으니
풍년을 예감한 농심이
우선 푸근해집니다.
◉자고 나면 잇달아
피어나는 바쁜 봄꽃들도
봄비가 반가울 것 같습니다.
이 봄비는 꽃피우고
잎 나오게 하는 초목에게
바쁜 일정 속에서
비에 몸을 맡기고
잠시 쉬어가며
주변을 돌아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촉촉하게 하루 종일
내리는 빗속에서
물방울을 머금고
싱싱하게 피어있는
봄꽃들과 눈을 맞추고
그들이 전하는 향기를
호흡으로 느껴봅니다.
◉사흘 전부터
하얀 꽃송이를 잔뜩
매달기 시작한 귀룽나무
아래로 가보면
비가 내리는 데도
아카시아 향과
라일락 향을 닮은
달콤한 냄새가 널리
번져가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면 떠다니던
먼지와 오염물질이
땅으로 가라앉습니다.
그래서 더 깨끗해진
공기 사이로 꽃향기가
부드럽게 흐릅니다.
◉귀룽나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정원의 라일락도
연분홍색 꽃잎을 열고
뒤질세라 빗속에서
향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같은 집안의
수수꽃다리가 라일락보다
좀 더 강한 보라색으로
조금 더 큰 꽃잎을 열고
향기를 퍼뜨립니다.
◉향기가 최대의 무기이자
자랑거리인 라일락꽃은
노래 속에서도 역시
향기로 자신을 뽐냅니다.
그래서 4월의 라일락꽃은
캠퍼스 낭만의 상징입니다.
특히 1970년대 통기타
세대들은 윤형주의 포크송
‘우리들의 이야기’를 통해
라일락꽃을 추억 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캠퍼스에 심을 나무가
그리 많지 않았던 당시에는
유치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라일락을
심는 곳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은은한 봄의 향기가
번지는 라일락이나
수수꽃다리는 학생들의
좋은 친구가 됐습니다.
원래 곡은 피지의
전래 민요에서 왔습니다.
‘Isa Lei’라는 이별 노래로
라일락 이야기는 없습니다.
윤형주는 이 노래를
빠른 템포의
포크송으로 편곡해
라일락 향기가 넘실대는
캠퍼스 송으로 만들어
사랑받았습니다.
학창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윤형주의 노래를 듣습니다.
https://youtu.be/dXygc0Hvaw8
◉수수꽃다리는 한국 토종의
라일락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라일락을
서양의 수수꽃다리로
부르기도 합니다.
‘미스김 라일락’이라는
집안 식구도 있습니다.
같은 집안의 털개회나무가
해외로 나가 개량된 뒤
국내로 다시 들어온
품종입니다.
도와준 타이피스트가
미스김이었습니다
이 품종은 키가 작은 편입니다.
그래도 향기는 더 강합니다.
뒷동산의 이 친구는
이제부터 꽃 피우려고
꽃 뭉치를 매달았습니다.
이 친구까지 합세하면
라일락 집안의 향기 잔치는
대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트 모양의 라일락잎과
수수꽃다리 잎이
비를 맞아 싱그럽습니다.
그런데 씹어보면
쓴맛이 납니다.
꽃향기와는 딴판입니다.
그래도 꽃의 달콤한 향기와
입의 쓴맛이 합쳐지면
달지만 씁쓸한 첫사랑과
맞아떨어집니다.
라일락의 꽃말이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이
된 이유입니다.
라일락꽃 향기를
첫사랑의 향기로 그린
가곡을 만나보고 갑니다.
최정희의 시에 심순보가
곡을 붙였습니다.
소프라노 김순영입니다.
https://youtu.be/jM0PPBTG8vo
◉남쪽 지방에 배꽃이 필 때
꽃샘추위의 냉해가 찾아와
아래쪽 지방 농부들의
마음을 조리게 했습니다.
꽃샘추위가 지나간 뒤
피우기 시작한
이곳 중부지방의 배꽃은
봄비 속에서 싱싱하고
늠름한 자태를 뽐냅니다.
지난해보다 더 풍성하고
소담해서 집안의
세 그루 배나무는
올해도 먹음직한 배를
제공할 준비를 갖췄습니다.
◉다만 돌배꽃은 지난해보다
꽃수가 좀 줄어든 듯해서
아쉽기는 합니다.
그래도 꽃잎이 풍성한 만큼
배 향기는 넉넉하게
다가옵니다.
돌배꽃이 등장하는 동요
’어느 봄날‘을 만나고 갑니다.
소프라노 김순영과
테너 김동원이 합을 맞춥니다.
https://youtu.be/Jdooq0mg4gk?si=lQB4lYNuChuQtNuu
◉지난해는 사과꽃이
몇 개만 피고
사과도 몇 개만 달렸습니다.
올해는 사과꽃이
풍성해졌습니다.
살짝 붉은빛 도는
새하얀 꽃이 이쁩니다.
비에 젖어 물기를 머금으니
더 매력적입니다.
그윽한 향기도 주위를
꽉 채웁니다.
올해는 세그루 사과나무에서
사과 수확도 기대할 만합니다.
◉꽃사과 한 그루도
식구로 들였습니다.
보름 전 친한 선배와 형수님이
흙 묻은 뿌리를 비닐로
정성 들여 싸서 가져와
심어준 꽃사과 나무입니다.
옮긴 그해 꽃을 보기가
힘든 게 보통인데
금방 땅과 친해져서
붉은색 화려한 꽃을
이내 활짝 피웠습니다.
군대 생활할 때 중대장으로
모셨던 선배와의 53년
소증한 인연을 생각하면
사과꽃보다 더 진하고
소중한 인연의 향기가
꽃잎 사이로 번져 나옵니다.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어린이 동요그룹 리틀 뮤즈의
김윤서 어린이가 부르는
동요 ‘사과꽃 향기’입니다.
https://youtu.be/7d9SAKvAz4Q?si=DmJMWPFCaOKE-5N7
◉무릉도원(武陵桃源)이란
말을 가져온 복숭아꽃은
화려합니다.
햇볕 속에서도 강렬하지만
물기를 머금으면 더욱
요염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처럼 빗속에서
꽃을 피워 아직 화려함을
뽐내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빗속에서 떠나가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자두나무의 오얏꽃과
앵두꽃, 매실나무의
매화꽃 같은 친구들이
그들입니다.
◉아름답게 지는 꽃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꽃이 지면서
비까지 맞으면 더욱
초라하게 보이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꽃을 떠나보낸
그들은 그런 감상에 젖을
여유가 없습니다.
지금부터 또 다른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꽃이 피어있는 동안
성공한 수정으로 이제
열매를 만들어야 합니다.
◉매화나무가 꽃이 진 뒤
매실 열매를 맺을 때
내리는 비가 바로
매우(梅雨)입니다.
3년 전 나훈아가 만들고
불렀던 ‘매우’,
즉 매화 비를 불러옵니다.
물론 사랑이야기를
비유적으로 담은 트롯입니다.
‘현역가왕’이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주목받은
트롯가수 강문경의
커버곡입니다.
https://youtu.be/OuX_xEnRzUg?si=gaTfJk0sIftZmoL_
◉철쭉이 비를 머금고
꽃잎을 열었습니다.
예년보다 빠른 편입니다.
진달래가 지고 한참 뒤에
잎을 낸 뒤에 등장하는
철쭉꽃입니다.
독성을 지녀
‘개꽃’으로 불리며
가끔 천대받기도 하지만
향기만큼은 상쾌하고
달콤합니다.
그 향기에 취해서
양이 먹고 비틀거리는 데서
척촉(躑躅)이란 이름이 생겼고
여기서 철쭉이란
이름이 나온 모양입니다.
◉흰 구름처럼 풍성한
조팝나무꽃도 달콤한 향기로
비속에서도 벌들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장미와 거래를 튼
장미 조팝꽃이
장미인 듯, 조팝인 듯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며
향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색깔 있는 오선지를
펼쳐놓은 듯한 금낭화,
비가 와서 신이 난 수선화,
비를 향해 하늘로 손 벌린
여러 색의 팬지,
정원 풀밭을 온통 차지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제비꽃 등
근처의 봄꽃들이 독특한
모습으로 자신을 뽐내고
향기를 전하는
봄비 내리는 날입니다.
명자꽃과 병꽃, 할미꽃,
현호색, 산괴불주머니.
튤립 등 눈길도 주고
향기도 품어야 할
봄꽃들이 주변에 가득합니다.
◉여기에 새로운 봄꽃의
등장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눈길을 끕니다.
분꽃나무와 작약과 아이리스,
상사화, 옥잠화, 수국 같은
친구들입니다.
텃골의 꽃과 향기의 잔치는
4월이 다 가도
별로 멈출 기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들이 잔치를 벌이는 동안
주위는 어느새
연두색 옷을 갈아입고
초록의 색깔로
치장하고 나섭니다.
그렇게 봄날이
가고 있습니다.
(배석규)
'아침을 여는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을 여는 음악]5월 7일(수) - 내일은 어버이날 (4) | 2025.05.07 |
---|---|
[아침을 여는 음악]4월 25일(금) - 봄꽃 향기, 사람 향기 (1) | 2025.04.25 |
[아침을 여는 음악]4월 21일(월) - (1) | 2025.04.21 |
[아침을 여는 음악]4월 18일(금) - Die with a Smile (0) | 2025.04.18 |
[아침을 여는 음악]4월 16일(수) - ‘Luther’, 20년 만의 귀환 (2) | 2025.04.16 |
- Total
- Today
- Yesterday
- 인공지능
- ChatGPT
- 신화
- 포레스텔라
- 로마
- 린
- 임윤찬
- 배석규
- 가을의 노래
- 유산
- 기사
- 정서주
- 유럽
- 여성
- 역사
- 어느 봄날
- 조선
- keith o sullivan
- 장사익
- 아침을 여는 음악
- 산업혁명
- 알렉산더대왕
- 인터넷
- 프랑스혁명
- 장미
- 이집트
- nice to meet you
- 아침을여는음악
- 유네스코
- 식민지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