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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꽃의 이야기 
◾쪽동백, 불두화. 

      ◀In Un Fiore
        (꽃들의 속삭임)
        ◼Wilma Goich

      ◀모란 동백 
        ◼배아현 

      ◀무생화(無生花) 
        ◼보현스님 

      ◀무상초(無常草)  
        ◼심진스님

 

 


◉5월의 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풍성합니다.
집안에서도 
근처 숲속에서도 
그들은 열심히 
5월의 꽃을 피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넵니다.
피워 낸 송이송이 꽃마다 
어떤 사연과 이야기가 
담겼을까?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서로 친해지는 게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우선 노래 속에서 
한송이 꽃에 담긴 사연과 
이야기부터 들어봅니다.
1966년 산레모 가요제에서 
입상했던 이탈리아 칸초네입니다.
‘In Un Fiore’, 
‘한송이 꽃에는’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한국에서는 
‘꽃의 속삭임’이라는 
제목을 달고 
널리 알려졌습니다.

 


◉들어보면 금방 익숙하게
다가오는 이 노래에는 
꽃 속에는 사랑이 담겨 있고
그 속에는 당신을 향한 
사랑도 들어있다고 
알려줍니다.
노래를 부른 Wilma Goich는 
가수이자 TV 방송인으로 
일흔아홉 살인 지금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가 전하는 꽃 속의 
사랑 이야기는 5월에 피는 
여러 꽃에 적용해도 
별로 틀리지 않습니다.
https://youtu.be/eXyNsMbE9C4?si=azar7OzQ_maGSicQ
 

 

◉어제 일요일에 
뒷산 하나산에 올라 보니 
초록 잎 사이로 
점점이 박힌 하얀색 꽃들이 
건네는 밝고 맑은 인사가 
이채로웠습니다.
5월에 하얀색 꽃을 피우는 
나무가 백 종류가  
훨씬 넘으니 
흰색 꽃은 5월 숲의 
대세라고 할 만합니다.
그 가운데 지금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인사를 
건네는 꽃은
고광나무꽃입니다. 
꽃 피운 지 일주일이 넘어
지금이 가장 꽃이 풍성하고 
화려할 때이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고광나무꽃보다 
더욱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하얀 꽃은 이제 막 
꽃잎을 열기 시작한 
쪽동백나무꽃입니다. 
며칠 전에는 
예쁜 꽃봉오리만 
보여줬던 나무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부터 
여기저기서 꽃잎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뒷산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나무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동시다발로 여는 
쪽동백나무꽃의 인사가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5월에 꽃을 피우는  
반가운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 나무는 모양으로도 
숲속에서 가장 멋쟁이 
나무로 꼽힙니다.
넓고 큰 시원한 잎과 
검고 매끈한 나무껍질(皮目)을 
지닌 나무입니다.
수형도 원뿔 모양으로 
볼만합니다.
이 나무가 예쁜 꽃을 
아래로 매달고 
달콤하고 진한 꽃향기까지  
전합니다.
나무 아래 서서
하늘을 쳐다보면 
넓은 잎과 잎 사이에서
땅을 보고 총상꽃차례로 
일렬로 매달려 있는 꽃들이 
마치 뭉게구름이 
피어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비눗방울이 하늘로 올라가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름이 왜 
쪽동백나무일까?
동백나무와 전혀 연관이 없이 
때죽나무과의 나무인데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그 이름은 이 나무의 
열매와 관련이 있습니다.
가을에 열리는 열매의 
기름을 짜서 여인네들이 
머릿기름으로 
사용해 온 데서
비롯됐습니다. 

◉동백나무는 주로 남부 해안
지방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동백기름은
나라에서 세금을 거두어 갈 
정도로 귀해서 양반집 여인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서민 아낙네에게 
이 동백기름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짝퉁 머릿기름이 필요했습니다.
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크게 모자람이 없는 
나무의 열매를 찾아서 
거기에 동백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여기서 얻은 열매로 
머릿기름도 얻고 
호롱불 기름으로도 
사용했으니 이 나무는 
그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고마운 나무였습니다. 

 


◉이 나무에 동백의 이름을 
달면서 앞에 ‘쪽’이란 
접두사를 붙인 것은 
이 나무의 열매가 작아서 
붙여진 것으로 보입니다. 
‘쪽문’, ‘쪽방’ 등에서 
사용하는 바로 ‘작다’는
의미의 그 ‘쪽’입니다.
열매는 작지만 잎은 
넓고 큽니다.
큰 잎은 사람의 얼굴만 합니다.
잎이 큰 것이 
비슷한 꽃을 매달지만
잎이 작은 때죽나무와 
잘 구분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김유정의 소설에 등장하는 
‘동백’은 강원도에서 
생강나무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 나무 역시 생강나무 
열매에서 얻는 머릿기름 때문에 
얻은 이름입니다.
생강나무에서 얻는 동백기름은 
쪽동백 머릿기름보다.
훨씬 고급으로 칩니다. 
꽃말 ‘잃어버린 추억을 찾아서’도
이 동백기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인의 머릿기름에서 
얻은 쪽동백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주로 
동아시아에서 자생하는 
나무입니다. 
그 꽃 모양을 보고 
일본에서는 ‘백운몽(白雲夢)이라 
부르기도 하고 
중국에서는 열매를 보고 
옥으로 만든 작은 종이라는 
의미로 옥령화(玉鈴花)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옥령화는 이 나무를 
열매를 이용한 한국의 
한약재 이름이기도 합니다.

◉양지 음지를 가리지 않고 
잘 자라고 겨울을 잘 견뎌내는
성격 좋은 이 나무는
가까운 숲이나 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근한 나무입니다. 
목공예품의 목재로는 
가장 으뜸으로 치는 
이 나무는 알고 보면 
항상 사람 가까이서  
사랑받아 온 나무와 꽃입니다.

 


◉실제로는 동백과 상관없지만 
이 나무의 꽃에서 
동백을 떠올리며 
익숙한 노래 한 곡을 
듣고 갑니다. 
시인이자 화가인 이제하가 
만들어 부르고 
조영남이 리메이크해 
널리 알려진 노래 
‘모란 동백’입니다.
노래 속의 동백은 겨울에 
피는 꽃이지만 
쪽동백나무꽃이 피는 
때에 맞춰 먼 산에 
뻐꾸기 우는 지금 들어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미스트롯 3에 출연했던 
배아현의 노래로 듣습니다. 
https://youtu.be/4M4sGM_Zq00?si=YsvcTRaDf8b02HR5

 

◉집안에 들어서면 
마치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또 하나의 
하얀 꽃 뭉치들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불두화’(佛頭花)란 
이름을 가진 꽃입니다.
이름을 들으면 
불교와 연관성을 
얼른 떠올리게 됩니다.
꽃의 모양이 
부처의 머리처럼 
곱슬곱슬하고 
부처님이 태어난  
음력 4월 초파일을 전후에
핀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올해는 봄꽃의 개화가 
대체로 늦어 집에 있는  
두 그루의 불두화도 
부처님오신날이 지난 지
일주일 이상이 지난   
며칠 전부터 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연초록색으로 
피기 시작한 꽃이 
활짝 핀 지금은 
하얀색으로 변했습니다.
한송이의 지름이
10cm가 넘는 소담한 
공 모양의 꽃이 탐스럽게 
수북이 모였습니다.
꽃의 무게에 줄기가 
휘어져 머리 숙여 
기도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탐스럽게 만개한 
꽃을 찾아오는 
벌 나비가 없습니다.
코를 대고 맡아봐도
아무런 향기가 나지 않습니다. 
이 불두화는 백당나무에서 
인위적으로 생식기능을 제거한 
무성화(無性花)이기 때문입니다. 
꽃 속에 꿀샘도 없고 
잉태할 필요가 없어 
향기를 내뿜어야할 
이유도 없습니다.
생명이 없는 조화같은 
느낌을 주는 꽃나무입니다. 

◉전국 많은 사찰에서  
불두화를 심어놓고
정성 들여 가꾸는 것은  
이 꽃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들어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불두화가 꽃을 피우지만 
열매를 맺지 않는 것은
원래 없는 것을 깨달은 
제법무아(諸法無我)의 
세계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꽃은
결혼하지 않고 증진하는 
스님과 닮은 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불두화에 담긴 의미를 
풀어간 스님의 노래를 
한 곡 들어보고 갑니다.
원래 가수였다가 출가한 
보현스님이 부르는 
무생화(無生花)입니다.

https://youtu.be/5QGtOQsm1kQ?si=BZgIuxtfxpQrPtvx

◉불두화의 꽃 모양이 
둥근 것은 진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법륜을 상징한다고 
불교에서는 설명합니다.
또 연초록색으로 핀 꽃이 
눈부신 흰색으로 변했다가 
꽃이 질 때 
누렇게 변하는 것은
모든 게 변화하고 있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합니다.
잎이 삼지창처럼 
세 갈래로 갈라진 것 역시  
불교의 3보(三寶)인 
불(佛), 법(法), 승(僧)에 귀의해 
불교적 도덕에 따르겠다는 것을 
맹세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집착하지 않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 가겠다는 의미를 담은 
불제자의 음성공양 
노래를 한 곡 더 들어봅니다.
열여섯 살에 출가해 
거의 50년 가까이 
노래를 통해 대중들에게 
포교 활동을 해온 심진 스님의 
‘무상초’(無常草) 입니다.
‘무상(無常)’은 불교에서 
나고, 죽고, 흥하고, 망하는 것 
자체가 덧없음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https://youtu.be/h_EP_jsfyOw?si=N1TnQqhxB9lE4ugO

 

◉불두화가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꽃은 아닙니다. 
그래도 연꽃과 함께 불교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식물로 
간주 됩니다. 
꽃 속에 불교의 교리를 
담기 위해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백당나무에서  
생식기능을 없앤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인위적으로 
자식을 갖지 못하도록 
만든 조치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삽목(揷木)으로
불두화를 새롭게 키울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생명은 
후손을 만들 권리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5월의 찬란한 꽃들 속에서 
모양만 풍성한 불두화를 
만나는 일이 꼭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닌듯 합니다. 

(배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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