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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달맞이꽃
◾상생✶공생의 삶
◀달맞이꽃①
◼①이용복
②장사익
◀달맞이꽃②
◼전유진
◀야래향(夜來香)①
◼심규선
◀야래향(夜來香:에라이샹)②
◼등려군
◀Flor de Luna
(Moon Flower:달 꽃)
◼산타나(Santana)

◉쉬었던 2주 동안
무더위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무더위는 열대야 기록까지
바꾸어 놓을 정도였습니다.
폭염(暴炎) 한가운데서
적당히 놀고
적당히 일하며 지낸
한여름 두 주일이었습니다.
◉무더위는 맞서서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피해 가며
잘 넘어가는 것이
여름날의 지혜입니다.
피서(避暑)라는 말이
그래서 생겼을 것입니다.
◉농사일도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는
쉬어가야 합니다.
그래도 여름철
농사일이 적지 않으니
해 뜯기 전 이른 새벽과
해진 뒤 이른 저녁이
귀한 작업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잘 이용하는 것도
여름 농심(農心)의
지혜입니다.







◉새벽 5시 전후
여명의 시간에
일을 나서면
어스름 새벽에
환하게 꽃을 피운
달맞이꽃이 길을 따라가며
인사를 건네옵니다.
7월과 8월에는
키가 큰 큰달맞이꽃이
농촌 들판에 지천으로
줄을 서 있습니다.
◉1m 50cm에서
2m 이상의 큰 키로
들판에 줄지어 서서
건네는 큰달맞이꽃의
노란색 환한 인사는
여름 새벽을 더욱
기분 좋게 만들어 줍니다.
달맞이꽃은 달이 뜨면
피는 꽃으로 알지만
한여름에 피는
여름꽃이라는 사실은
잘 모르고 지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둠 속에서 기품 있게
피어나는 기분 좋은 여름꽃,
달맞이꽃과 함께
8월을 열어갑니다.

◉대부분 여름꽃의
사랑 시간은 낮입니다.
태양의 에너지로
삶을 디자인하는
숲속의 여름꽃들은
따가운 햇살이 내려앉는
낮에 벌을 부르고
나비를 불러
사랑을 나눕니다.
그런데 많지는 않지만
밤을 사랑의 시간으로 삼는
여름꽃들도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꽃이
바로 달맞이꽃입니다.
◉밤을 기다리는 꽃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
달맞이꽃입니다.
밤을 밝히는 꽃이어서
‘밤의 촛불’이라는
비슷한 뉘앙스를 지닌
독일 이름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월견초(月見草)란
이름을 사용합니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이름대로 달맞이꽃은
낮 동안 접어두었던
꽃잎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마치 파라볼라 안테나를
여는 듯한 모습으로
접힌 꽃잎을 엽니다.
특히 꽃송이가 큰
큰달맞이꽃의 개화 장면은
사람 눈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큰달맞이꽃은
어두운 곳에서도
눈에 잘 띄는 노란색을
선택했습니다.
꽃가루를 옮겨줄 벌레를
쉽게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눈에
잘 띄라고 어린이 우산을
노란색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달맞이꽃이 기다리는 손님은
주로 참새 나방을 비롯한
밤나방들입니다.
◉달맞이꽃이 주 무대로
밤을 선택한 것은
나름의 생존 전략입니다.
낮에는 꽃가루를 옮겨줄
벌레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꽃의 종류도 많아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달맞이꽃은
경쟁자가 적은 밤에
꽃피우는 선택을 했습니다.
벌레 수는 적지만
경쟁하는 꽃이 적어서
달맞이꽃의 그런 선택은
성공합니다.







◉해가 뜨면 달맞이꽃은
꽃잎을 접습니다.
고온의 햇볕이 내리쬐는
환경에서는 꽃이 필 수 없는
유전적 특징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끔 흐린 날에는
살짝 꽃잎을 여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식물의 운동에서
빛과 온도의 세기가
자극될 때 나타나는
반응으로 이해됩니다.

◉오늘이 음력으로
6월 11일입니다.
보름달에 가까워지는
달 밝은 8월 초입니다.
그래서 오늘 밤엔
매력적인 달맞이꽃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믐밤처럼 달빛이
없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는
꽃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달맞이꽃은
강한 향기를 동반합니다.
포도주와 비슷한 향기로
참새 나방을 불러 모읍니다.
사랑을 나눈 참새 나방이
떠나갈 때는 꽃가루가
거미줄처럼 딸려 나옵니다.
이 또한 꽃가루를
한꺼번에 옮기려는
달맞이꽃의 전략대로입니다.
◉달맞이꽃의 환상적인
사랑의 밤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처럼 온 힘을 다한
달맞이꽃의 다양한 노력 때문에
가능합니다.
한밤중에 꽃을 피우는
모습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때로는 애처롭게, 외롭게
보이는 모양입니다.
시각 장애 가수인
이용복의 53년 전
노래를 들어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1972년 이용복에게
10대 가수상을 안겨준
‘달맞이꽃’입니다.
https://youtu.be/gWqArj-rFv8?si=X1NRZjdu4uF_7-G2


◉달맞이꽃은 남아메리카,
칠레가 원산인
외래식물입니다.
그 가운데 키가 큰
큰 달맞이꽃이 한여름인
7월과 8월에 우리 곁에서
꽃을 피우는 주인공입니다.
요즘은 종자 개량으로
대낮에 꽃을 피우는
황금 달맞이꽃과
낮 달맞이꽃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색깔도 분홍색 등
여러 가지로 개발돼
정원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원래의 달맞이꽃과 반대로
밤이 되면 꽃잎을 접는
이 꽃은 사실상
해맞이 꽃인 셈입니다.
장사익이 커버한
‘달맞이꽃’도 들어보고 갑니다.
https://youtu.be/XY3XdK9k2MM?si=9xZu_WlyorxjeQJv
◉달맞이꽃은 ‘기다림’.
‘밤의 요정’, ‘말 없는 사랑’
등의 꽃말이 수반됩니다.
이름과 꽃말이 몽환적이어서
신비로운 이미지가
담긴 사랑의 설화도
많은 편입니다.
그리스 신화에도,
인디언의 전설에도
사랑에 얽힌 애절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때문인지 대중가요에
등장하는 달맞이꽃도
비슷한 이야기와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여성 ‘현역가왕’을 뽑는
지난해 TV 프로그램에서
이름있는 가수들을 제치고
‘현역가왕’에 오른
10대 소녀 전유진은
준결승 2라운드에서
신곡 ‘달맞이꽃’을 들고나와
1위 자리를 차지합니다.
발라드 트롯인 이 노래도
역시 기다림을 담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현역가왕 갈라쇼’에서
부르는 전유진의 이 노래를
만나봅니다.
https://youtu.be/EQySQ8wZi4Q?si=m7sccPvu6R_Adjp2
◉달맞이꽃은
두해살이 풀입니다.
그 두 해 동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긍정적이고 지혜롭습니다.
특히 주변의 함께 사는
생명에게 베푸는 것을
몸으로 실천하는
상생(相生)과 공생(共生)의
생명이라 더욱 귀하게
보게 됩니다.



◉가을에 씨앗이 발아하면
방석 모양으로 오밀조밀
모여서 열 손실을 줄이면서
겨울을 납니다.
바로 냉이와 고들빼기처럼
로제트형으로 겨울을
보냅니다.
그 겨울에도 그냥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동그랗게 잎을 모아
겨울 밥상을 차립니다.
먹거리가 귀한 겨울에
주변 생명에게
좋은 먹이가 돼줍니다.
뿌리에 저장된 포도당의
절반 이상도 역시
주위에 나눠줍니다.
주변 생명을 챙기는 것은
꽃이 피는 한여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는 생태계에
큰 역할을 하는 나방이나
딱정벌레 같은 아이들의
밥상도 차려줍니다.



◉야래향(夜來香)은
달맞이꽃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야래향이라 이름을 지닌
Evening Primrose란
꽃이 있기는 하지만
통상 밤에 꽃을 피워
향기를 전하는
밤의 꽃을 통칭해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박꽃과 하늘타리, 옥잠화
같은 꽃이 여기에 속합니다.
야행성 동물인 나방과
박쥐 등을 통해
꽃가루받이하는 꽃들입니다.
◉‘야래향’이란 제목을 내세운
싱어송라이터 심규선의
노래도 들어봅니다.
역시 야래향을 빗대어
사랑을 담은 노래입니다.
‘아니 오실 님을
애써 기다려 무엇하리
밑가지 채 꺽어 버려도
향기가 먼저 마중 가는데’
한(恨)의 깊이가 느껴지는
노랫말 속에 기다림을
상징하는 밤의 꽃의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24살에 데뷔해 15년을
노래하면서 적지 않은
마니아팬을 가진 39살의
심규선이 데뷔 10주년
앨범에 담은 노래를
3년 전 그녀의 단독 콘서트
무대로 만나봅니다.
https://youtu.be/YWK02PEiU9E?si=AiOMzYe3XLrqnmzP
◉‘낮은 늙은 鄧(등소평)이
지배하고
밤은 젊은 鄧(등려군)이
지배한다’
1980년대 초 중국에서
유행했던 말입니다.
중국이 대만 등려군이 부른
‘야래향’(夜來香:에라이샹)를
금지곡으로 정하면서
나왔던 말입니다.
그만큼 등려군의 노래가
제목대로 야래향이 돼
중국에 널리 번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1944년 이향란이 처음
부른 노래지만
등려군이 다시 부르면서
노래가 널리 알려지고
아예 그녀의 노래처럼
돼버렸습니다.
등려군은 42살의 나이로
1995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천식 때문이라지만
중국 암살설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사망 30주기인
올해도 대만인들은
여전히 그녀를 추모하며
묘소를 찾고 있습니다.
대만 정부는 적어도
2045년까지는 그녀의
생전모습을 그대로
보존할 것이라고 합니다.
‘아시아의 가희(歌姬)’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녀의 밤 향기는 오랫동안
후인들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장동건과 장쯔이가 출연했던
2012년의 영화
‘위험한 관계’에 삽입된
등려군의 ‘야래향’입니다.
https://youtu.be/0Mnth-N57oA?si=nDJGpuTSoX4Txgq9
◉밤에 피는 꽃 야화(夜花)를
총칭하는 이름으로
서양에서는 우리처럼
Moon Flower, 즉 달 꽃이라
부릅니다.
대부분 연한 색에
짙은 향기를 지닌 꽃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미국의 라틴 록 그룹
산타나(Santana)의
기타 선율을 타고 피어나는
‘달 꽃’- ‘Moon Flower’,
‘Flor de Luna’로
마무리합니다.
https://youtu.be/dTC_A5d1wuA
◉달맞이꽃은 뿌리의 힘으로
꽃피우고 열매 맺으면서
가진 에너지를 남기지 않고
모두 사용한 뒤
두해살이 삶을 마감합니다.
사람에게 식용으로, 약재로,
독특한 향기의 차로
유용하게 자신을 맡깁니다.
주변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데도
모범이 되고 으뜸이 되는
식물입니다.
주변과 함께 호흡하면서
결코 연약하지도 않게
외롭지도 않게
의미 있는 삶을 살고 갑니다.
이 여름에 달맞이꽃을
만나면 그들의 삶에
격려를 보낼 만합니다.
◉비닐하우스
호박 농사를 시작하면서
하루에 여섯 시간 이상
그들과 친구 해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호박이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이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좋기는 한데
시간이 좀 모자랍니다.
일주일에 세 번 올리던
아침 음악을 한차례 줄여
월요일과 금요일 두차례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널리 양해해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8일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배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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