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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枯葉) & 낙엽(落葉) 
◾갈바람에 지는 잎(秋風落葉)  

      ◀Les Feuilles Mortes
        (고엽:枯葉,
         Fallen Dead Leaves)
        ◼이브 몽땅 
        ◼에디트 피아프 
        ◼정미조           

      ◀낙엽(Autumn Leaves) 
        ◼에바 캐시디 
        ◼마리아 킴 
        ◼로저 윌리엄스(연주곡)  

 

 


◉11월이 중순으로 
들어섭니다.
올해 가을에는 벌써 
한차례 영하의 기온에 
된서리까지 다녀갔습니다. 
지난해보다 빨랐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다시 아침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고
낮에는 15도 전후의 
전형적인 늦가을 날씨로 
돌아와 있습니다. 

 


◉국화과를 제외한 
가을꽃들이 대부분 
지난번에 된서리 폭격을 맞고 
떠나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한련화와 메리골드, 다알리아,
백일홍 등이 그들입니다. 
그런데 집안 바위틈새에서 
그때 추위와 서리를 피한 
한련화 한줄기가 
노란 꽃잎을 연 채  
늠름한 모습으로 
견디고 있어서 눈길을 끕니다.
신통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합니다. 
윤달 때문에 아직 
음력 시월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소춘(小春)에 준하는 
따스한 날씨가 적어도 
다음 주까지는 이어질 듯합니다. 
그래서 서리 피한 
한련화는 앞으로도 
한동안 바위틈을 지키고 
있을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포근해진 날씨와 
상관없이 단풍나무와 
자작나무 등 집안의 
나무들은 잎을 떨구면서 
가지가 앙상해지고 있습니다.
근처 숲과 주변 산들의
나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떠나갈 때를 잘 아는 
나뭇잎들은 구태여 
오랫동안 나무에 
남아있으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낙엽 비가 
내리면서 절반의 단풍과
절반의 낙엽이 함께 
친구가 되는 늦가을, 
만추(晩秋)입니다. 

 


◉추풍낙엽(秋風落葉)은 
떨어지는 낙엽에서 
가져온 익숙한 고사성어입니다. 
세력이 약해지거나 
시들어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너지거나 밀려나거나 
패할 때 쓰는 말입니다. 
특히 정권이 바뀌었을 때  
무더기로 밀려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은 
실감 날 만합니다. 
지금도 그 말이 자주 
등장할 만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 말은 
낙엽에 빗대어 
사람의 일을 얘기하려고 
만들었습니다. 

 


◉타의(他意)에 의해 
밀려나고 떨어지는 
사람과는 달리 
낙엽은 실제 그렇게 
억울한 마음으로 힘없이 
떨어지는 존재가 아닙니다. 
낙엽은 애초부터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나뭇잎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떨켜를 미리 만들어 두고 
언제라도 떨어지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럴 때 바람이라도 
불어주면 나뭇잎은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그 바람을 타고 
수월하게 땅에 내려 
다음 할 일을 준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는 바람에 
두서없이 그냥 ‘우수수’ 
떨어지는 것 같지만 
낙엽이 가는 길에도 
나름대로 원칙이 있습니다.
대체로 아래쪽 잎이 
먼저 떨어지고 
꼭대기 잎은 나중에 
떨어집니다. 
또 안쪽 잎이 
먼저 떨어지고 
바깥쪽 잎은 
나중에 떨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잎이 날 때는 통상 
꼭대기에서 먼저 나서 
아래로 퍼져갑니다. 
바깥쪽에서 먼저 난 잎이 
안쪽으로 퍼져 나갑니다. 

 


◉그러니까 통산 늦게 난 
잎이 먼저 떨어지고 
일찍 난 잎이 늦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늦게 난 잎은 다소 
억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물의 성장 호르몬 
분비가 끝나는 대로 
낙엽이 지는 현상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모든 나무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그런 경향을 
보인다는 이야기입니다. 

 


◉‘낙엽’은 영어로 
‘Fallen Leaves’입니다.
그런데 통상 
‘Autumn Leaves’로 통합니다.
단풍도 그렇게 부를 수 
있지만 사람들은 보통 
그 말에서 낙엽을 떠올립니다. 
그렇게 된 데는 잘 알려진 
‘낙엽’ 노래의 영향이 큽니다.
‘The Falling Leaves..’로 
시작되는 ‘낙엽’ 노래의 
제목이 ‘Autumn Leaves’
이기 때문입니다. 
원곡은 프랑스 샹송에서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원곡의 제목은 
‘Les Feuilles Mortes’입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말라죽은 잎’,
즉 고엽(枯葉)입니다. 
영어로 옮기면 
‘Fallen Dead Leaves’이지만 
미국에서 이 샹송을 가져가 
번안곡의 제목을 
‘Autumn Leaves’로 달면서 
그렇게 굳어졌습니다. 
지난주 배호의 번안곡 
‘낙엽’으로 만나본 
누구에게나 익숙한 
가을 명곡입니다. 
이 노래를 원곡에서부터  
따라가 봅니다. 

◉이 노래는 80년 전인 
1945년 영화 ‘밤의 문’에 
넣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헝가리 출신 작곡가 
조셉 코스마(Joseph Kosma)는 
시인 프레베르(Prevert)에게 
노랫말을 부탁합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노래가 
‘Les Feuilles Mortes’,
바로 고엽(枯葉)입니다.
이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은 명콤비가 돼 
80여 곡의 노래를 
함께 만들게 됩니다.
노래는 영화에 출연한
20대 초반의 신인배우 
이브 몽땅(Yves Montand)이
불렀습니다. 

 


◉데뷔작인 이 영화와 
주제가 ‘고엽’으로 
이브 몽땅은 세계적인 
스타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됩니다. 
어릴 때 이탈리아에서 
탈출한 이브 몽땅은 
학교도 다니지 못한 
부두 노동자였습니다.
그런데 에디트 피아프
(Edith Piaf)와 연이 닿아 
배우와 가수의 
길이 열리게 됩니다.

 


◉여자 문제로 여러 차례 
구설수가 많았던 
이브 몽땅입니다. 
그래도 프랑스 국적 
여배우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시몬 시뇨레(Simono Signoret)와 
결혼해 그녀와 함께했습니다.
그녀의 임종을 지켜주고 
나중에 그도 그녀 곁에 
묻혔습니다.
1991년 일흔 살로 
세상을 떠나기 몇 년 전,
60대 중반의 이브 몽땅을 
만나봅니다. 
그가 노래하는 ‘고엽’입니다. 
말라죽은 잎을 불러와 
덧없는 사랑과 
인생을 노래합니다.
하지만 타고 남은 재가 
거름이 되듯이 
마냥 덧없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가 
노래 속에 담겨 있습니다.
낙엽귀근(落葉歸根)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의 노래입니다.
https://youtu.be/3k9Zv06Ub3I?si=Jd12q0JqAN85fW38

 

◉에디트 피아프가 
파리 물랑루즈 카바레 
공연장에서 이브 몽땅을 
만난 것은 1944년이었습니다. 
불행한 어린 시절과
상처받은 남자관계, 
일찍 떠나간 첫아이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에디트 피아프에게 
이브 몽땅은 큰 위안이 
됐던 모양입니다.
여섯 살 연하의 그와 
상당 기간 연인 관계로 
지낸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브 몽땅에게 연기와 
노래를 가르치며 
스타로 키워내는 일이 
그녀에게 보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시기에 그녀는 대표곡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이 
나온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그녀가 직접 노랫말을 쓴 
‘장밋빛 인생’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행복감과 낭만적인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도 에디트 피아프는 
이브 몽땅이 유명해지자
그를 자유롭게 놓아줍니다.
그래서 나중에 쿨한 마음으로 
‘낙엽’을 부르는 게 
가능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1963년 세상을 떠난 그녀가 
생전에 사랑한 유일한 남자는 
그녀를 만나러 오다 
비행기 사고로 숨진 
복싱 선수 마르셀 세르당
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영어 번안곡 ‘낙엽’의 
중간에 ‘고엽’을 넣어 
부르는 ‘작은 참새’,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입니다. 
https://youtu.be/n2s2tPORlW4?si=g2gO4K6ldI3ATWom

 

◉프랑스에 유학해 
서양화 박사학위까지 
받고 돌아온 정미조의 
노래로 들어보는 ‘고엽’입니다. 
5년 전 일흔을 넘긴 
정미조가 여유 있게 
부르는 샹송입니다. 
마치 떨어지는 낙엽이 
바람에 흔들리듯이 
몸을 흔들며 부르는 
모습에서 연륜이 묻어납니다.
https://youtu.be/CQoT2VaozD8?si=sGCP5ImFXqEAo0Ik

 

◉‘고엽’은 1947년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자니 머서(Johnny Mercer)가 
가사를 쓰고 
‘Autumn Leaves’란 
제목을 달았습니다. 
정작 이 노래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앞서 들은 
1950년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덕분이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가수가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어떤 가수의 노래도 
애바 캐시디(Eva Cassidy)의
감성과 독창성을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서른세 살의 나이에 
아파서 낙엽처럼 떠나간 
그녀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Autumn Leaves’는 
많은 사람의 가슴속에 
오래 남아 가을이면 
불려 오곤 합니다.
워싱턴 교외에서 
그림을 그리며 외롭게 살다 
무명 가수로 떠나갔습니다.
그녀를 찾아내 
세상에 알리는 데는 
영국의 BBC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오케스트라 버전도 있지만 
올해는 기타를 치며 부르는
흑백 영상 버전의 
그녀의 노래를 듣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녀의 ‘Autumn Leaves’을
올해도 듣고 가는 
행운을 함께 합니다. 
https://youtu.be/xXBNlApwh0c?si=7XXwNrS1D1kED3fx

 

◉냇 킹 콜이 이 노래를 
부른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재즈 가수가 
이 노래를 커버했습니다.
그래서 ‘Autumn Leaves’는 
재즈 스탠다드 가운데 
스탠다드로 손꼽히는 
노래가 됐습니다. 
우리나라 재즈 싱어이자 
재즈피아니스트인 
마리아 킴이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노래를 들어봅니다.
피아노 치듯 노래하고 
노래하듯 피아노 친다는 그녀는 
뉴잉글랜드 음악원 대학원에서
재즈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버클리 음대에서도 공부한 
월드클래스 재즈 아티스트입니다.
본명 김희진인 
서른아홉 살의 그녀는 
2년 전 대한민국 연예 예술상
재즈 아티스트상을 받았습니다.
마리아 킴 4중주단과 
인천 콘서트 챔버가
함께 연주하는 재즈 버전 
‘Autumn Leaves’입니다. 
https://youtu.be/W6b3ej8F8Jg?si=29ybPs986xZABERV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을 연상시키는 
아르페지오 방식의 
연주로 유명해진 
로저 윌리엄스(Roger Williams)의 
피아노 연주를 마무리로 듣습니다.
연주곡으로 빌보드 Hot 100
싱글차트에 3주나 오른 
진기록을 가졌습니다.
https://youtu.be/WMTxxbosFWA?si=DISyBaNG_T3mDIzx

 

◉낙엽 진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새로운 생명이 움터서 
자라고 있습니다. 
이 잎눈은 낙엽이 지면서 
생긴 생명이 아니라 
진즉에 여름부터 나무가 
준비해 온 겨울 프로젝트, 
겨울눈입니다. 

 


◉떠나간 나뭇잎들은 
겨울 동안 나무뿌리를 
덮은 이불과 거름이 돼 
새봄에 잎눈에서 
잎이 나오게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한 해를 살아가는 
나무의 일정표는 
한치의 차질도 없이 
정교합니다.
떨어진 나뭇잎에서, 
잎을 떨군 나무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배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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